<나는 트로트 가수다> 월 MBC 오후 6시 10분
“돈 주고도 못 보는 쇼야” 그렇다. 이병진의 표현 그대로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쇼’였다. 원래의 형식인 MBC ‘나는 가수다’가 점차 전혀 다른 솔로 무대들의 집합이 되어가고 있다면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더 ‘쇼’에 가까운 것이었다. 무엇보다 하나의 장르로써의 트로트 안에 모두의 노래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설운도가 “트로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장르의 폭이 좁다는 편견에 대해 언급하며 트로트 가수들을 다시 보아주길 부탁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깨고자 한 것은 트로트에 대한 편견이었지, 트로트 자체는 아니었다. 가장 큰 변신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였던 문희옥의 ‘노바디’는 댄스음악을 철저하게 트로트적인 방식으로 녹여낸 것이었다. 출연한 가수들을 ‘트로트 가수’로 정의할 때, 그들은 모든 장르의 노래를 반드시 소화할 이유도, 굳이 변신의 강박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래서 훨씬 단순해진 룰 속에서 프로그램의 형식을 트로트라는 장르에 녹여낸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현재 ‘나는 가수다’의 한계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청중들이 가장 좋았던 단 하나의 무대만을 뽑고, 최종 결과에서도 1위만을 보여주는 방식은 ‘나는 가수다’의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룰과 비교해 보았을 때 명쾌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1회성 특집이기 때문에 탈락 없이 단순한 방식을 택한 것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연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모습은 ‘나는 가수다’의 그것과 차이가 없었다. 이는 자신의 노래가 아닌 다른 이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동시에 경쟁과 변화에의 압박을 느끼고, 등수 공개와 탈락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나는 가수다’의 대원칙이 반드시 필요했는가를 재고하게 만든다.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명절 특집으로서 해야 하는 몫이 있었고, 그걸 했다. 그렇다면 ‘나는 가수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패러디 프로그램에게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화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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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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