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에서 하차하고, 유재석의 <해피 투게더>는 4시즌을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이 보도되었다. 가을 개편을 앞두고 거물급 진행자들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러한 현상은 진행자가 곧 방송의 성격과 성과를 보장한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한동안 방송계를 떠나 있었던 붐이다. 특급 진행자들은 지치기 시작했고, 노련한 진행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택했으며, 종편의 등장으로 채널은 증가 했으나 대안으로 지목할만한 젊은 진행자가 부재한 이 혼란의 정국에 붐은 판도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인물로 예측된다. 벌써 SBS <강심장>을 비롯한 몇몇 예능 프로그램들은 붐의 영입을 준비 중이다. 말년 휴가를 즐기고 있는 붐의 전역을 기다리며, 현재 위기에 봉착한 프로그램에 붐을 투입하는 가상 실험을 진행해 보았다. 군 복무기간 동안 쉬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성실히 방송을 한 이 남자의 실제 능력치를 가늠한다면 실제 결과는 예측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진단: 폭풍전야다. 출연자의 수장격인 강호동의 하차가 확실시 되었고, 제작진의 수장인 나영석 PD 역시 본인의 강력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이적설이 제기됐다.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의 관계를 가족처럼 묘사하던 방송이기에 멤버의 변동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 위험의 크기는 보이는 것 이상일 수도 있다. 이탈 멤버의 후임을 발탁한다 하더라도 ‘리얼리티’에 대한 신뢰를 지키면서 예능적인 호흡을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엄태웅과 김종민이 제 몫을 해 내는데 기복이 심하다는 점 역시 불안요소다. 방송이 그동안 구축해 놓은 감수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관계의 혁신을 가져 올 인물이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을 바꾸지 않으면서 강호동과 전혀 다른 역할을 해 줄 캐릭터를 투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붐이 출동한다면?
기대 포인트: 체력, 친화력, 승부욕
신입 멤버에게 주춤거리며 적응할 시간을 무한정 허락할 수는 없는 노릇. 어떤 현장에 투입 되더라도 낯가리는 법 없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는 붐은 긴급하게 대체 인력을 찾을 때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다. 게다가 그는 이미 SBS <라인업>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 현장을 경험한 바 있으며 출연자 대부분과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모종의 관계를 구축해 놓기도 했다. 은지원의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추진하거나, 이수근의 개그에 리액션을 해주거나, 김종민의 배신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이승기와 엄태웅을 위해 적절히 뒤로 물러나는 센스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붐이야말로 전천후 캐릭터인 셈이다. 게다가 육군 병장의 건강한 신체는 ‘1박 2일’의 강행군에도 최적화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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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진단: 좋은 가수가 부르는 좋은 노래를 만나는 시간은 KBS <콘서트 7080>을 비롯해 이미 다수 존재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가 기존의 음악 방송과 차별화 된 것은 이것이 명백히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특징의 핵심은 경쟁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 뿐 아니라, 그 경쟁이 누구 하나 탈락시킬 수 없을 만큼 팽팽하다는 데 있었다. 또한 여기에는 가창력이나 표현력 외에도 박정현, 김범수, YB가 구축해 놓은 캐릭터의 힘이 작용하고 있기도 했다. 이제 요정과 비주얼 가수, 진행자를 떠나보낸 ‘나는 가수다’에는 그야말로 가수들 밖에 남지 않았고, 제작진은 윤종신을 진행자로 발탁했다. 과연 그는 Mnet <슈퍼스타 K>, MBC ‘라디오스타’와 겹쳐지지 않는 모습으로 이 난국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붐이 출동한다면?
기대 포인트: 친화력, 순발력, 음악 지식
윤종신의 장점은 틈새 공격에 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절대적인 장악력에 있어서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진행자이기도 하다. 팀플레이에 능한 만큼 단독 진행을 맡겼을 때는 카리스마를 유지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을 상대가 필요하며, 붐은 진행자를 어시스트 하는데 있어서만큼은 발군의 능력을 소유했다. 게다가 붐이 매니저로 투입 된다면, 그는 자신의 가수와 친해지는 것은 물론 박명수, 고영욱 등과의 친분을 기반으로 매니저들 간의 관계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이다. MBC <섹션 TV 연예통신> 리포터를 하며 갈고 닦은 실력으로 출연자들의 심경을 이끌어 내는 진행 실력은 보너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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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해피 투게더>
진단: 좋은 토크쇼란 계속해서 킬킬대며 웃다가 한순간 뭉클해지는 절묘한 리듬감을 갖출 때 완성되는 법이다. 그리고 한 때 <해피 투게더>는 제법 그런 박자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주었다. 특히 엄청난 폭로가 없어도 진행자들과 출연자들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문득 인물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하는 편안한 흐름은 <해피 투게더>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기억에 남는 것은 어설픈 폭로와 억지스러운 게임뿐이다. 박명수의 시비는 날이 무뎌졌고, 신봉선의 역할은 관습적이며, 박미선의 위치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유재석이 고군분투할수록 방송 역시 수렁으로 빠져든다. 요컨대, 유재석을 보좌하며 방송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붐이 출동한다면?
기대 포인트: 순발력, 인맥, 상황극 소화 능력
토크쇼의 게스트들은 대부분 예능의 진행 방식에 순진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붐은 그런 게스트의 조심스러움을 오히려 유머의 소재로 삼을 줄 안다. KBS <샴페인> 출연 당시, 붐과 신동엽이 게스트를 상대로 ‘깜짝 전화 연결’ 장난을 거듭해서 성공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신동엽의 능청스러움과 더불어 붐의 눈치 빠른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유재석에게는 자신의 토크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협공해 줄 조력자가 절실하다. 게다가 붐은 군 생활을 하면서 많은 스타들과 친분을 쌓았다. 편안하게, 그러나 만만하지 않게 방송을 진행하기에 유재석과 붐은 분명 시도해 볼만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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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 결혼했어요>
진단: 이 프로그램의 의의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이제 불필요하다. 문제는 이 방송이 로맨스에 관한한 지극히 말초적인 자극제만을 모아 놓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선회했음에도 불구, 그 역할조차 완벽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각자 변별을 갖지 못하는 커플들의 녹화 분량을 병렬식으로 나열하는 편집은 말할 것도 없고, 이것을 그저 ‘시청하고’ 있는 스튜디오는 무기력하기만하다. 결국 <우리 결혼했어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는 남녀관계에 기반한 에피소드다. 그렇다면 그것이 시청자의 공감, 혹은 몰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메타포가 되어야만 한다. 스스로 드라마를 생산해야만 한다는 운명을 확실히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붐이 출동한다면?
기대 포인트: 순발력, 대범함, 고독함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장 효과적으로 방송의 지루함을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은 스튜디오를 개편해 커플들의 일상적인 모습 안에서 의미 있는 장면을 찾아낼 수 있는 적극적인 해설자를 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올‘리브 <연애불변의 법칙>을 통해 남녀 관계의 리얼한 상황을 중계한 전력이 있는 붐은 이러한 역할에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경험담을 첨가하는 대범함까지 더한다면, 붐과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너지는 기대해 봄직하다. 하다못해 갓 제대한 육군 병장의 부러움 섞인 억지 해설이라도 분명 지금 보다는 훨씬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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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짝>
진단: 여전히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가증스러운 주장이다.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불리는 출연자들은 ‘짝’을 찾는다는 미명 하에 서로의 배경과 외모를 탐색한다. 이성간의 호감은 권력으로 둔갑하고, 프로그램은 이 미묘한 지점에 집요하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러나 결국 방송이 ‘다큐멘터리’로서 밝혀내거나 실험을 통해 일구어내는 변화는 없다. 출연자와 시청자가 합의한 ‘짝’의 개념초자 모호한 상태에서 무례한 ‘짝짓기’를 거듭하는 것은 일종의 악취미일 뿐이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대부분 남루하거나 추악한 모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은 애정촌에서의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남녀 관계의 대부분인 것 같은 태도를 취한다. 불편하면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런 연애 후일담을 전달하는 익명 게시판은 이미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붐이 출동한다면?
기대 포인트: 재치, 현장 진행 능력, 쇼맨십
붐의 유행어가 가장 많이 탄생했던 방송은 다름 아닌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였다. 낯을 가리는 출연자들의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외쳤던 “나인티나인티나인!”이나 고정 코너로 자리 잡았던 ‘붐 친구는 누규?’는 그가 즉흥적으로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증명한다. 게다가 그는 지난 2년간 국방홍보부 소속으로 수많은 국군 장병들을 아우르는 현장 진행 능력을 연마해 왔다. 마음은 있지만 요령은 없는 출연자들이 붐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들의 짝 찾기는 한결 수월해 질 것이다. 프로그램의 목적이 결국 짝을 찾는 것이라면, 붐의 투입은 더욱 절실하다. “여성 5호분이 선택한 남성분은 누규?”라니, 생각만 해도 결과가 궁금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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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파이 명월>
진단: 장르를 초월해, 현재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서 <스파이 명월>의 위기 상황은 단연 독보적이다. 배우와 제작진, 기획자들은 파국에 대해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외부의 사람들은 새로운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이들을 돌아가며 비난한다. 그 와중에 드라마는 맥락과 상관없이 발췌 되어 추측의 근거로 사용될 뿐, 누구도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향에는 관심이 없다. 정작 <스파이 명월>이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이 드라마가 인물들의 ‘발언’만으로 모든 상황을 전개해나가고 있다는 점인데 말이다. 여간첩이 여간첩을 연기하는 희대의 소재는 여주인공이 “네에?”하고 놀란 눈으로 되묻는 것으로 설명될 뿐이고, 월드 스타를 목전에 둔 남자 주인공은 ‘고백’으로 자신을 짓누르던 굴레를 벗는다. 그러니까 라디오 드라마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붐이 출동한다면?
기대 포인트: 현역 육군 병장 제대
자기 풍자를 하려던 드라마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트리는 순간, 이미 드라마의 울타리에는 치명적인 상처가 남았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내내 혼란스러워 할 뿐 무엇 하나 제 손으로 개척하지 못하는 명월이나 감정표현 수준이 어린이에 불과한 강우에게 더 이상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차라리 붐을 투입해 드라마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동시에 호국보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어떨까. 잠적한 줄 알았던 명월이 여군이 되어 국방홍보부에서 붐MC의 특훈을 받고 최고의 예능인으로 거듭나거나, 사라진 명월이 돌아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붐이 SBS <체인지>팀의 도움을 받아 특수 분장을 한 이중스파이였음이 밝혀지는 것도 좋겠다. 작금의 충격을 잊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려면 그 정도의 강렬함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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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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