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불가능’ 예상 딛고 조용한 연착륙
KT가 모바일 유통 혁신을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아이폰 도입으로 국내 스마트폰 열풍을 몰고 온 KT는 그 여세를 몰아 스마트폰시대 유통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다. 스마트폰 고객이 1500만명을 넘고 스마트폰 구매 비중이 신규 고객의 70%를 넘어서는 등 스마트폰 시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동통신 시장 유통은 여전히 90년대 방식의 낙후된 모습이라는 게 KT의 판단이다.
KT가 새로 도입한 이들 제도는 모두 기존 유통 질서를 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KT 스스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할 정도로, 참여가 절실한 경쟁사들의 무관심한 반응도 한결 같다.
지난 7월 1일부터 KT가 전격 도입한 국내 최초의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공정가격 표시)’제도는 당초 예상과 달리 시행 2개월여를 넘기면서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게 KT 측의 판단이다.
페어 프라이스란 고객 혜택이 확대된 합리적 수준의 공정가격을 공개함으로써 고객이 안심하고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고객 불신을 해소하고, 모든 고객에게 동등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페어 프라이스’-단말기 공정가격 공개합니다
스마트폰과 일반폰 주요 모델에 대한 공정가격을 KT 직영 온라인 쇼핑몰 올레샵(www.ollehshop. com)과 2700여 전국 공식 대리점에 게시, 고객이 단말기 가격을 한 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여기저기 싼 매장을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가격정보 획득에 취약한 다수 고객들도 믿을 수 있는 가격에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KT는 평가했다.
이와 관련, KT 표현명 사장(개인고객부문)은 페어 프라이스 제도 도입이 “단말기 장려금을 제로로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이자 방향”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7월 28일 관련 간담회에서 표 사장은 “과다한 제조사 장려금이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지속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통사 보조금과 달리, 제조사 보조금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으로 흘러 들어가 유통구조를 왜곡한다”고 강조했다.
페어 프라이스 정책은 항간의 우려와는 달리 초기 유통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8월 중순 전국 100개 KT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이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어 프라이스 시행으로 판매에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약 58%, 고객 신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곳은 61%로 나타났다.
또한 페어 프라이스로 인해 판매 상담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었다는 답변은 41%, 상담시간이 늘어났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대리점 판매상담 시간은 전체적으로 평균 2분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상담시간이 감소했다고 답변한 대리점들만 놓고 보면 평균 8분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페어 프라이스 시행 후 대상 모델의 평균 고객 부담금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KT는 덧붙였다. 결국 제조사 장려금을 출고가 인하로 연결시켜 고객할부 원금을 낮춰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여준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페어 프라이스 제도 안착에는 단말 제조사 및 경쟁 이통사, 나아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 정부 차원의 적극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데는 KT 안팎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시행 2개월 째, 이들과의 유기적인 협조는 여전히 난망인 상태다. KT 내부적으로는 단기 불이익도 감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대비 단말기 판매가 쉽지 않은 데 대한 일부 유통점의 반발도 여전하다. KT 측은 제조사가 적극 참여하고, 정부가 제조사 장려금을 모든 매장에 고지토록 정책적 지원을 해준다면 소비자가 가격을 다 알게 돼 유통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 에이전트’-나홀로 대리점 도전하세요
KT는 또 지난 8월 30일, 매장 없이도 개설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1인 통신 대리점 ‘스마트 에이전트’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모집 주체는 KT그룹의 유통 자회사인 케이티M&S(대표 문기운, www.ktmns. com)다. 회사 측에 따르면, ‘스마트 에이전트’는 아이패드를 활용해 고객을 유치하는 움직이는 1인 대리점이다. 매장 없이도 개설 가능하며, 대리점 개설에 필요한 조건을 대폭 낮춰 대한민국 성인은 누구나 적은 자본으로 주업 및 부업, 아르바이트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케이티M&S는 ‘스마트 에이전트’가 고객에게 상품 설명과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아이패드를 지원하며, 전문 개통센터에서 전산 개통도 지원한다. 또한, 소정의 조건을 충족하면 매월 활동수당이 기본 지급되며, 가입자 유치 건당 판매수당도 추가로 지급된다.
스마트 에이전트는 독립형과 소속형으로 나뉜다. KTM&S가 주관하는 것은 독립형으로, 대리점에 소속돼 활동하는 소속형과는 다른 지위를 가져간다. KTM&S가 이들 독립형 스마트 에이전트 지원을 위한 사무실을 광역시 중심으로 전국 8곳에 설치했으며, 이곳에서 스마트 에이전트 모집과 교육, 물동, 정산 등을 맡는다.
이들은 각각 사업자 등록증을 내야 하며, 단말기 물동과 관련 보증보험도 끊어야 한다. 말 그대로 자체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10건 이상의 가입 유치 실적이 있을 경우 고정급(60만원)이 지급되며, 가입 건당 7만원이 추가 지급되는 구조다. 가령 10건을 모집했을 경우, 수입은 130만원이 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국에서 최대 1200명을 뽑을 계획으로, 현재 200명 정도가 확보됐다. 추석 이후 정원 초과를 예상하며, 지역 난립을 우려해 그 이상 규모를 가져가진 않을 방침이다. 지역의 마당발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회사 측은 귀띔했다.
‘스마트 에이전트’의 모집기간은 연중 상시며,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경력과 학력에 무관하게 지원 가능하다. 활동지역을 본인이 직접 선택한 후 소정의 서류 심사와 개설 면담을 거쳐 최종 선발된다.
‘스마트 에이전트’에 대한 상세 안내는 ‘올레투게더 홈페이지(www.ollehtogether.com)’에서 확인 가능하며, 해당 웹페이지에 방문해 지원서를 다운받아 접수할 수 있다.
‘올레 QR샵’-국내 첫 모바일 가상매장 체험하세요
스마트 에이전트 도입 발표 하루 전, KT는 통신업계 최초로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가상매장 ‘올레 QR샵’도 오픈했다. ‘QR(Quick Response)코드’란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웹 사이트로 연결돼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사각형의 격자무늬 패턴을 말한다. 기존 바코드(1차원)가 숫자정보만 저장하는 반면, 매트릭스(2차원) 형식의 QR코드에는 인터넷 주소(URL)나 사진, 동영상 등을 모두 담을 수 있다.
‘올레 QR샵’은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가상매장으로, 광고판에 게재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모바일 페이지에 접속해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을 고르고 가입할 수 있다. ‘올레 QR샵’을 통해 휴대폰을 주문하면 전문 상담사가 연락해 궁금증을 해소하고 안심구매를 돕게 되며, 오프라인 매장 방문 없이도 원하는 배송지로 개통된 휴대폰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강남역, 신촌역 등 4개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국내 유일 4G 스마트폰인 HTC ‘이보(EVO) 4G+’를 구입할 수 있는 ‘올레 QR샵’을 오픈했으며, 교대역 등 3개역 스크린도어에서도 팬택의 5인치 스마트폰 ‘베가 No5’를 구입할 수 있는 ‘올레 QR샵’을 체험해 볼 수 있다. KT는 향후 ‘올레 QR샵’을 지하철 광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적용 범위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KT 개인Sales&CS본부 나석균 본부장은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 정보 확인과 구입을 할 수 있는 ‘올레 QR샵’을 통해 시간과 비용이 대폭 절감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에서 고객들에게 편익을 드릴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영주 기자 yjpak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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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리뷰 박영주 기자 yjp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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