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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風 심상찮네..여의도 '盧風 데자뷔'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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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안철수 바람이 생각보다 세다. 정신이 없을 정도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한 3선 의원이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를 가리키며 내뱉은 말이다. 정치권의 관심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인 안철수 교수의 '바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로 쏠렸다. 일각에서는 '제2의 노풍(노무현 바람)'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바람'은 늘 기존 정치에 대한 회의론에서 출발했다. 암투와 말바꾸기, 검은 돈으로 상징되는 여의도식 기성 정치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새 인물에 대한 열망으로 화답했다. 안 교수가 여론조사에서 여야 유력 후보군을 여유 있게 2배수 격차로 앞선 것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런 점이 노풍과도 닮았다.


또 안 교수에게는 '바람'을 일으켰던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이야기 소재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라이프 스토리'라 부른다. 살아온 삶 속에서 감동적인 역사가 없으면 지도자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풍을 일으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보'라는 상징적인 키워드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로서 보장된 '부'를 포기하고 각종 시국사건을 맡았고, 정치인으로서는 무모할 정도로 야당 깃발을 들고 불모지인 부산지역 출마를 자처했다.


안 교수는 20대에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최연소 단국대 의대 학과장을 맡을 정도로 이른바 '잘 나가는 의사'였다. 하지만 그는 탄탄대로를 포기하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전문가로 변신했다.


지금의 30ㆍ40대 가운데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VⅠ'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치명적인 예루살렘과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을 개발해 통신망을 통해 무료로 배포할 정도로 '사익'에는 둔했다. 덕분에 그는 기업가로서는 갖기 힘든 '나눔'과 '봉사'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또 성공한 사업가로 젊은 청년들의 정신적 멘토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안풍'이 '노풍'과 모든 면에서 똑같다고 할 수 없다. 안 교수에게는 결정적인 '검증'이란 대목이 빠져있다. 그래서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국민통합추진회의 회원들에게 대선출마 의사를 처음 내비친 이후 출마까지 5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정치1번지로 불리는 종로 지역구를 떠나 2000년 부산지역에 출마해 낙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원한 정치적 팬클럽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급증했다.


안 교수가 오늘(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만난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게 되면 검증 과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비롯해 서울시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등 '정치인 안철수'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과거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했지만 정치현실에 부딪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친 사례는 박찬종 변호사나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등 적지 않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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