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틀을 깨라/ 박종하 지음/ 해냄/ 1만3800원
렘브란트의 작품 '다윗 왕의 편지를 들고 있는 밧세바'엔 오른손에 종이를 쥔 알몸의 여인이 등장한다. 그림의 주인공인 밧세바는 다윗 왕의 부하인 우리아의 아내다. 그는 후에 다윗 왕의 부인이 돼 솔로몬 왕을 낳는다. 다윗 왕은 밧세바에게 반해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는 편지를 보내고, 이 편지를 받아든 밧세바가 목욕을 마친 뒤 나갈 채비를 하는 상황을 그린 게 바로 이 그림이다.
그림의 배경이 된 이야기를 모를 땐 그저 옷을 걸치지 않은 이 여인만이 눈에 들어오지만, 이런 일화를 알고 나면 밧세바가 얼마나 슬픈 눈을 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남편이 있는 몸이지만 왕의 명령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뇌하는 밧세바의 눈빛. 이 눈빛을 읽어내고 문제를 발견하게끔 한 것은 바로 '감정'이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 중앙연구소 등을 거쳐 창의력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박종하씨는 '틀을 깨라'에서 "감정적으로 어떤 일을 대할 때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이게 바로 창조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하라"고 말한다.
마취제인 클로로포름의 발견 역시 이 '감정'에서 비롯됐다. 1800년대 당시 의사들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때 겪는 고통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환자들의 고통을 보면서도 안타까워하지 않았으며,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만 여겼다.
그러나 에든버러 대학교의 산부인과 교수였던 제임스 심프슨은 달랐다.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에 공감했던 그는 마취 물질을 찾기 시작했고, 1847년 클로로포름을 발견해냈다. 부작용이 있을까봐 걱정이 됐던 그는 자신이 직접 실험 대상이 돼 클로로포름의 마취 효과를 입증하기까지 했다. 한 의사의 진심어린 '공감'이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것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사례는 '진지함을 벗어나라'는 박씨의 또 다른 창의적 생각법을 잘 보여준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손님은 비행기 밖으로 나가 날개 위에서 피우세요. 오늘 상영할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와 같은 기내 방송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유머 경영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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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진지함을 깬 유머 경영으로 1971년 설립 뒤 단 3년을 빼곤 지금까지 계속 흑자를 기록했다. 진지함이란 주어진 상황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고, 문제를 진지하게만 대하다 보면 기존의 상식 틀 안에서만 생각하게 된다는 게 박씨의 말이다.
'틀을 깨라'엔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하라', '진지함을 벗어나라'는 것 외에 '다른 영역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옮겨 오라', '확실한 것에는 기회가 없다' 등과 같은 다양한 창의적 문제해결법이 담겨 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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