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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기어 코리아>, 쓴 맛이 쏙 빠진 싱거운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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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기어 코리아>, 쓴 맛이 쏙 빠진 싱거운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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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기어 코리아> 토 XTM 밤 10시
세기의 명차들을 부수고 불태우고 심지어 총까지 쏘아대는 정신 나간 도전들은 BBC판 원조 <탑기어>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그런 정신 나간 도전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무모함의 이면에 자동차의 성능에 대한 탐구라는 확고한 목적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쇼에서 중요한 건 결국 시청자를 대신해서 그들이 자동차에 대해 품고 있는 궁금증을 대신 해소시켜 주는 것이고, <탑기어>는 오로지 차에 미친 자동차 전문가들로 구성된 MC 군단을 앞세워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왔다. 그렇다면 <탑기어 코리아>는 어떨까. <탑기어> 식으로 평가하자면, 닛산 GT-R에 대해 엔진 출력에서부터 스티어링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시승기를 제공해 준 김진표 덕분에 간신히 ‘seriously uncool’을 면했다.


3명의 MC가 20년 전 꿈꾸던 드림카를 구해 대결을 벌인 ‘탑기어 챌린지’의 핵심은 20년 전의 드림카들의 성능이 현재도 유효한가에 대한 탐구였다. 누군가 실질적인 차의 성능에 대해 논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탑기어 코리아>는 대신 사제 우퍼가 장착된 연정훈의 닛산 스카이라인을 “양카”라 놀리고, 김갑수의 벤츠가 올드한 것인지 품격이 있는 것인지 설전을 벌이는 길을 택했다. 벤츠 SEL 320 Class는 장애물 레이스 미션의 까다로운 코너링을 모두 부드럽게 돌파해 냈지만, 운전자 김갑수 본인을 포함한 그 누구도 그 경악스러운 성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남은 것은 대결에서 패배해 처참하게 폭파된 스카이라인과 폰티악 파이어버드뿐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목적 없이 차를 부수고 차 외관에 대한 인상비평을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도 자동차가 11m 높이에서 추락하거나 줄지어 선 쇼핑카트들을 들이받는 스펙터클은 볼 만 하지 않았느냐고? 스펙터클만을 원한다면 지난 주 <무한도전> ‘스피드’편을 보는 게 낫다. 그들은 고작 에피소드 오프닝을 위해 차 세 대를 한 큐에 폭파했으니.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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