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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요트]건국 상징에서 매춘 현장으로···‘사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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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국부 아타튀르크 대통령에 헌정
화재 뒤 13년만에 복원, VIP 마케팅으로 럭셔리 요트로 명성


[럭셔리요트]건국 상징에서 매춘 현장으로···‘사바로나’ 럭셔리 요트 '사바로나(Savarona)'(사진: www.savarona.com.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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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요트는 하나의 예술품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는 더해진다.


터키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사바로나(Savarona)’가 대표적이다. 1931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올해로 여든살을 넘긴 이 요트는 지금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고의 요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온 여정만큼 굴곡진 사연을 안은 요트이기도 하다.


◆여행을 사랑한 상속녀= 미국 뉴욕에서 사바로나가 처음 론칭했을 때, 워낙 크고 화려한 요트의 위용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발주처인 ‘사바로나 십 코퍼레이션’이 새로운 선박에 요구한 것은 가장 빨리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 수송선이었다. 철재 선체와 상부 구조물로 구성된 사바로나는 다이아나 요트 디자인 및 콕스 앤 스티븐스에 의해 설계 됐으며, 외형은 콕스 앤 스티븐스, 인테리어는 도날드 스타키가 담당했다. 독일 함부르크에 소재한 블룸 앤 포스 조선소에서 200만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건조했다.


사바로나의 길이는 135.95m이며, 34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 세계 최고의 요트였던 영국 왕실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이탈리아 왕실 소유의 ‘사보이아’보다 크고 웅장했다.


[럭셔리요트]건국 상징에서 매춘 현장으로···‘사바로나’ 사바로나에 설치된 조각상(사진: www.savarona.com.tr)


당연히 요트의 주인이 누구이냐에 대해 관심이 몰렸다. 실 소유주가 밝혀진 것은 시간이 흐른 뒤였는데 주인공은 에밀리 로블링 캐드월러더 여사였다. 캐드월러더 여사는 존 오거스트 로블링의 손녀다. 그는 19세기 당시 최고의 엔지니어중 한명으로 뉴욕의 명물인 블루클린교를 설계해 주인공이었는데, 그녀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놓고 볼 때 아프리카 백조의 이름을 딴 가장 크고 화려한 요트를 발주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여행을 좋아했던 억만장자의 상속녀는 그 후 7년간 사바로나를 타고 대서양과 지중해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취미를 즐겼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는 그녀에게도 영향을 미쳤는데, 1937년 세문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법정싸움까지 몰리면서 사바로나를 몰수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1938년 미 정부는 사바로나를 매각해 세금을 충당키로 했고, 새 주인은 민주 공화국으로 새출발한 터키였다.


[럭셔리요트]건국 상징에서 매춘 현장으로···‘사바로나’ 80살이라는 연륜을 보여주는 사바로나(사진: www.savarona.com.tr)


◆아이처럼 기뻐한 ‘건국 아버지’= 터키는 13세기 말 성립된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붕괴되면서 외세의 침입이 일어나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등 개혁가들이 국가의 독립 활동 끝에 성립된 공화국이다. 1922년 술탄제를 폐지한 뒤 이듬해 10월 공화국 수립을 선언했고, 1924년 칼리프제(制) 폐지와 함께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1934년에 대국민의회(터키의 국회)로부터 ‘터키의 아버지’라는 뜻의 아타튀르크 칭호를 증정받은 무스타파 케말은 터키 건국과 함께 이슬람 전통 복장을 폐지하고, 남녀 합동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새로운 민법을 제정해 일부일처제를 비롯한 남녀평등권을 도입했다. 또한 아랍 문자 대신 로마자로 터키어를 표기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 하는 등 신생 터키 공화국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대명제 아래 서구식 법치와 민주적 정치제도로 현대화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터키 정부가 사바로나를 구입한 것은 바로 케말 아타튀르크에게 터키 국민들의 이름으로 감사의 선물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럭셔리요트]건국 상징에서 매춘 현장으로···‘사바로나’ 예술적인 미를 극대화한 사바로나 계단(사진: www.savarona.com.tr)


1938년 국민들이 주는 선물을 직접 보기 위해 그는 설레는 아이들처럼 큰 기대감으로 사바로나를 기다렸다고 한다. 케말 아타튀르크는 사바로나에서 각료회의를 수시로 열었으며, 세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회담을 갖기도 했다. 사바로나는 터키 역사의 한축을 장식하는 장소로 활약했다.


하지만 케말 아타튀르크는 그해 11월 58세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함으로써 그렇게 사랑했던 사바로나와 1년이 안돼 이별을 해야 했다.


◆13년 만에 부활= 아타튀르크가 별세한 뒤 사바로나는 터키 해운 소유로 넘어가 관리됐다. 그러던 중 1979년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바로나는 옛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거액의 복구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터키 정부는 사바로나를 방치해 놓다시피 하다가 1989년 터키의 선박왕인 카라만 사디코글루에게 6000만달러를 받고 49년간 임대를 결정했다.


사바로나를 얻은 사디코글루는 요트의 복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425명의 숙련공들을 고용해 모든 작업을 맡겼으며,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도날드 스타키에게는 비용을 아끼지 말라고 했다. 예를 들어 사바로나 내에 있는 터키식 욕조인 하만에는 260t에 달하는 대리석 조각물이 적용 됐을 정도다.


[럭셔리요트]건국 상징에서 매춘 현장으로···‘사바로나’ 대리석으로 장식된 사바로나의 터키식 욕조인 '하만'(사진: www.savarona.com.tr)


또한 사디코글루는 케말 아타튀르크를 추모하기 위해 그가 머물던 방에 개인 소장품을 제공받아 박물관으로 운영키로 했다. 막대한 금액을 들여 재탄생한 사바로나는 13년 만에 바다로 돌아왔다.


모든 내외부 시설도 최초 모습을 살리는 한편 고전적인 미를 최대한 발산할 수 있도록 했다. 사바로나의 계단은 예술적으로 진정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차양갑판으로부터 상갑판까지 연장된 계단은 놋쇠로 제작됐으며, 난간 일부에는 최초 건조당시 사용했던 것들도 남아있다.


1999년 또 한번의 공사를 통해 공간미가 한층 발전했다. 넓은 수영장과 두 개의 자쿠지(거품이 나오는 욕조), 두 개의 사우나와 스팀룸을 갖췄으며, 터키식 묙욕탕과 체육관도 이용할 수 있다. 영화관과 소규모 병원도 갖췄으며, 승객들을 위한 17개의 개인 전용실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럭셔리요트]건국 상징에서 매춘 현장으로···‘사바로나’ 사바로나에 설치된 조각상(사진: www.savarona.com.tr)


두개의 3600마력 엔진으로 평균 16노트, 최대 18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하는 사바로나에서는 윈드서핑과 워터스키, 제트 스키와 스쿠버 다이빙 등 수상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사디코글루는 사바로나를 세계 최고의 부호와 권력가, 연예인 등 ‘VVIP’를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진행했다. 레이니에 3세 전 모나코 국왕, 찰스 영국 왕세자, 술탄 브루나이 국왕,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다이아나 영국 왕세자비, 패션 디자이너인 발렌티노, 모델인 클라우디아 쉬퍼, 배우 니콜 키드만, 엘리자베스 헐리, 샤론 스톤, 휴 그랜트, 톰 크루즈, 제라르 드빠르디유 등이 고객 명단에 올라있다.


◆‘매춘 스캔들’로 명성에 상처= 사바로나는 터키 국민에게는 자부심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러한 명성에 상처를 입힌 큰 사건에 연루됐다.


2010년 10월, 터키 지중해 연안 휴양도시인 안탈야 지방 검찰이 경찰과 함께 괴첵 부근에 정박한 사바로나 호를 급습했는데, 현장에서 러시아, 키르기스,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사업가 등을 비롯한 남성 9명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10명이 체포됐다. 국제 매춘조직이 호화 매춘 사업을 위해 사바로나를 이용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안탈야 검찰은 이 국제매춘 조직이 이전에도 두 차례 사바로나 호를 호화 매춘 장소로 이용했다고 밝히면서 터키 국민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럭셔리요트]건국 상징에서 매춘 현장으로···‘사바로나’ 사바로나 갑판(사진: www.savarona.com.tr)


남성들은 성매매 대가로 하룻밤에 적게는 3000달러에서 1만달러를 지급했는데 체포된 남성 중에는 카자흐스탄 총리 고문이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도 있었으며, 여성 중에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2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긴 터키 정부는 사디코글루와의 임대 계약을 파기하고 사바로나 소유권을 되찾았으나 비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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