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극심한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젊은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미국의 림보 세대(Limbo Generation)들이 현재의 어려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림보 세대란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경력을 쌓지 못 하고 희망도 가능성도 없는 일에 내몰리고 있는 20대들을 일컫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 앞에 아이비리그 졸업장도 아무 의미없는 종잇장에 불과했다. 전공을 살릴 기회를 갖지 못한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로 겨우 삶을 꾸리거나 어쩔 수 없이 대학원 진학이나 자원봉사에 매진하고 있었다. 독립하지 못한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정부 보조에 의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09년 플로리다 대학을 졸업한 스테파니 켈리는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자리도 적었고 자신의 가능성도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현재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선임 간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 인터넷 사이트에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다. 대학교 전공을 살리지 못 했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삶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7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위를 받은 에이미 클레인은 출판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한때 '고메이(Gourmet)'라는 잡지의 편집 보조일을 했지만 채 2주도 안돼 잡지가 폐간됐다. 그는 우연히 만난 친구로부터 락밴드 활동을 제안받았고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림보 세대들은 경제가 회복되고 좋은 직장이 만들어지고 자신이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현재 이들은 자신들의 삶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에 초조해하고 있으며 집세, 학자금 대출, 생계비를 마련할 수 있을까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생활보조금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2009년 다트머스 대학을 졸업한 스테파니 모랄레스는 "해야할 것을 다 했다"며 "대학을 나와봤자 아무 것도 없다면 22년간 열심히 한 것은 도대체 뭐냐?"고 말했다. 그는 미술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현실 속의 그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시간당 2.17달러를 받으면서 뉴저지의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친구 중 5~6명 가량은 '보조영양지원 프로그램(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 덕분에 끼니를 때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누가 아이비 리그를 졸업한 뒤 이런 생활을 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냐고 반문했다.
클레인은 자신의 친구들이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학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이 최하급의 행정 업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성공과 직업의 안정 등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종류의 삶을 만드는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드리치 센터가 지난 5월 대학 졸업생 57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학 졸업자 중 약 14%가 풀타임 직업을 여전히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가 아예 직업이 없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첫 직장을 경력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생의 비율도 금융위기 이전이었던 2006년과 2007년 졸업자들의 경우 30%였던 반면 금융위기 이후 2009년과 2010년 졸업자의 경우 22%로 떨어졌다.
보고서를 만든 클리프 주킨은 이는 이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최근 졸업생들이 많이 흔들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킨은 '지연된 세대(Postponed Generation)'들이라며 최근 대학 졸업생들은 부모와 좀더 오래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하지 못 하고 부모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메릴랜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벤자민 쇼어는 컨설팅업종에서 일할 생각이었다. 한때 졸업 후 부모와 함께 살면서 직업을 구했으나 부모가 한달 500달러의 생활비를 요구하자 집을 나왔고 이후 여러 일을 전전한 끝에 항만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현재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자원 봉사도 늘어나고 있다. 2008년 보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사라 바인스타인은 광고 관련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오스틴 펫츠 어라이브(Austin Pets Alive)’라고 하는 동물보호시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돈을 번다면 좋겠지만 자원봉사로 남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다른 것을 추구해볼 수도 있어 자원봉사도 좋다"고 말한다. 그는 이력을 좀더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
림보 세대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다른 만족할 만한 것을 찾도록 내몰리고 있다. 'Higher Education: On Life, Landing a Job, and Everything Else They Didn’t Teach You in College'의 저자인 케네스 제딩은 젊은이들이 그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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