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동성 우려 커져..골드만삭스 유로·유럽은행 하락에 베팅 조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감한 결단이 없다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다시 한번 침체에 빠지고 말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유럽 은행들이 최대 1조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1조달러는 현재 확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4400억유로(약 6300억달러)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규모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유럽 은행들은 현 상황에서는 유동성 문제 등을 해결할 없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진단이다.
골드만삭스는 유로와 유럽 금융주 하락에 베팅하라고 조언했다.
WSJ는 앨런 브라질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가 수백명의 골드만삭스 기관 고객들에게 보낸 54페이지짜리 지난달 16일자 보고서를 통해 3가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우선 브라질은 유럽 은행들이 최대 1조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중소기업들은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으며 중국의 성장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WSJ는 골드만삭스가 글로벌 경제에 대해 극도의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보고서에서 "부채 문제를 더 많은 부채를 이용해 해결하는 것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가 부채를 계속 증가시키면서 미국 소비자의 현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고용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계속 기축통화인 달러의 구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달러를 찍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낸 것.
브라질은 보고서에서 77개 유럽 금융기관의 대출 내역을 상세하게 기술하며 유럽 정부가 추가 금융 지원안과 부양조치들을 취한다면 유로가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 금융위기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전략 중 하나는 유로와 유럽 금융주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럽 금융기관들에 하락 베팅하고 싶은 투자자들을 위해 브라질은 유럽 금융기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반영한 CDS 지수 상품을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스위스프랑에 대해 유로가 약세를 나타내는 것에 베팅하는 풋옵션을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브라질의 유럽 은행들의 자금이 불충분하다는 견해는 지난달 말 잭슨홀 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연설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당시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 은행들이 자본 재구성(recapitalisation)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해 유럽 은행 관계자들의 반발을 샀다. 라가르드의 발언 이후 유럽에서는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평가하는 기준과 보유 금융자산의 가치 평가기준이 시장가격(mark-to-market)과 모델가격(mark-to-model) 중에서 어떤 것이 적절한지에 관련된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유동성에 대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CB는 올해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물가 상승 위험성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엘-에리언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유럽의 침체 가능성이 50%까지 높아졌다며 ECB가 결국 방향을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ECB가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매수하는 것과 관련해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ECB가 부채를 늘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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