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 배당+7.14弗 매입 워런트 보장받아..기존 주주들에는 부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다시 움직였다. 버핏이 위기에 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5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25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BOA의 주가는 이틀 연속 급등하며 1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장중 최고 25% 올랐던 것에 비하면 상승폭을 많이 줄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버핏이 BOA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켓워치는 많은 비난을 받았던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RAP)는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지 못 했다고 지적하며 대개 민간 구제금융이 공적자금보다 더 낫다고 설명했다.
BOA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BOA 우선주 5만주를 주당 10만달러에 매입해 총 50억달러를 BOA에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50억달러를 투자받는 BOA는 버크셔에 매년 3억달러 가량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연간 6%의 배당을 지급한다는 것.
BOA는 어느 때라도 버크셔에 매각한 우선주를 재매입할 수 있지만 이때 5%의 추가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버핏은 또한 BOA 주식을 7.14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도 받았다. 마켓워치는 7.14달러가 BOA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의 44%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버핏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배당 수익을 챙기면서 주가 상승시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는 셈이다. 반면 BOA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BOA 주주들 입장에서도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악재다. BOA의 주가는 전일 대비 0.66달러(9.44%) 오른 7.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워런트 덕분에 버크셔가 BOA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BOA는 최대 주주는 약 4.5%에 해당하는 4억605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스테이트 스트리트다. 버크셔는 지난해 4분기에 BOA 주식 500만주를 매각한 바 있다.
버핏은 BOA 투자는 자신의 생각이라며 이번주 초 목욕을 하다가 BOA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핏은 "BOA는 강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 회사"라며 "브라이언 모이니한 BOA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를 걸어 BOA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OA의 수익 창출 능력에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BOA 투자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BOA의 주가는 너무 많이 하락했으며 BOA는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BOA에 대한 각종 루머가 난무한 가운데 이번주 초에는 JP모건 체이스가 BOA를 인수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버핏은 3년 전에도 비슷한 형태로 골드만삭스와 제너럴 일렉트릭(GE)에 각각 50억달러와 30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번에 6%의 배당을 받기로 한 것은 3년 전 GE와 골드만삭스에 투자했을 때 약 10%의 배당금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버핏 입장에서는 조건이 좋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2% 수준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버핏도 "지금은 2008년과 같은 위기는 아니다"라며 "때문에 BOA는 좀더 나은 조건에 50억달러를 투자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월에 투자받은 50억달러를 버크셔에 상환했다. 버핏은 약 2년 반 동안의 투자기간 동안 골드만삭스로부터 약 16억달러를 배당받아 연간 12.6%의 수익을 올렸다. 골드만삭스 워런트의 행사가는 115달러였다. GE도 오는 10월 30억달러를 상환할 예정이다. 버크셔는 12억달러를 챙겼고 연간 수익률은 11.1%에 달한다. GE 워런트 행사가는 22.25달러다. 이날 골드만삭스와 GE의 주가는 각각 109.84달러(-0.43%) 15.45달러(-1.72%)에 거래를 마쳤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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