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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기도 전에 한가위 극장가 전쟁이 시작됐다. 여름 성수기의 최종 승자로 등극한 <최종병기 활>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추석 연휴 대목을 잡기 위해 네 편의 한국영화가 맞붙는다. 8월 31일 <푸른소금>이 개봉한 데 이어 9월 7일 <통증>, <챔프>,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이 일제히 전국 스크린을 채울 예정이다. 편 수는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흉작’이라는 평가다. 완성도 면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자칫하면 <최종병기 활>에 1위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네 편의 추석 영화 중 올해의 승자는 어떤 작품이 될까. 각 영화에 대한 다른 배급사 관계자들의 평가와 함께, 추석 영화에 대한 관전평을 실었다
이미지의 성찬 혹은 과잉
<푸른소금> | 감독_이현승 | 출연_송강호, 신세경 | 배급_CJ E&M | 개봉_8월 31일
이 영화는: 조직을 떠나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40대 중반의 남자와 이 남자를 죽이라는 의뢰를 받은 20대 초반의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자신의 감정에 주저하는 두 주인공 주변을 맴도느라 영화는 이들을 둘러싼 조직들의 암투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촘촘하지 못한 드라마와 모호한 장르적 구심점은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그것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때론 뮤직비디오 같고 때론 엽서 같은 영상의 나열은 최근 한국영화들에서 보기 힘든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사건과 대사가 아닌 색채와 공간으로 감정의 내러티브를 이어가고, 낭만적 감수성이 플롯의 빈틈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현승 감독이 <그대 안의 블루>, <시월애> 등에서 선보인 ‘달콤쌉싸름한 도회적 멜랑콜리’가 한층 강렬하고 선명해졌다. 문제는 낭만적 감각주의의 과잉이 많은 것을 차단하고 잉여를 낳는다는 점. 다행히 주연배우 송강호가 많은 것을 만회한다. 뚜렷한 탓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만한 영화다.
배급사 A사 마케팅팀 ㅎ씨의 관점: 영화 자체는 담백하고 쿨해서 좋았지만 대중적인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송강호 특유의 삶이 묻어나는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송강호와 신세경 사이의 격차가 큰 건 단점이다.
아프니까 사랑이다
<통증> | 감독_곽경택 | 출연_권상우, 정려원 | 배급_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_9월 7일
이 영화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가 혈우병을 앓고 있는 여자를 만난다. 두 사람에겐 가족이 없다. 티격태격 싸우던 남녀는 서로를 가족처럼 챙기고 오랜만에 행복을 느끼게 되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강풀 작가가 쓴 원안을 토대로 제작된 <통증>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비극을 향해 달리는 인물들의 멜로영화다. 사랑을 해도 비극이고, 이별을 해도 비극인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안쓰럽다. 차가운 겨울 날씨 속에서 철거되는 건물들의 풍경은 두 사람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통증>은 강풀 작가의 순박한 감수성과 곽경택 감독의 투박한 남성성이 뒤섞인 영화다. 강풀 작가의 스토리치고는 거친 편이며, 곽 감독의 영화치고는 말랑말랑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권상우와 정려원의 연기는 두 배우의 최근 작들 중 가장 뛰어나. 캐릭터와 드라마의 전형적인 측면이 신선도를 떨어트리는 것은 아쉽다. 멜로드라마의 공식에 반감이나 피로감이 없는 관객에게 우선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배급사 B사 마케팅팀 ㄱ씨의 관점: 가을에 어울리는 애절한 멜로 감성의 영화다. 권상우의 연기가 훌륭하다. 그러나 추석 시즌에 개봉하기에는 타깃이 좁아 보인다. 배우와 캐릭터의 조합이 끌어들이는 매력이 덜하다. 또 어둡고 힘든 내용이 선택의 폭을 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멜로영화인데 여자 관객보다는 남자 관객 취향에 가깝다.
포기하지 마, 죽지 마, 부활할거야
<챔프> | 감독_이환경 | 출연_차태현, 김수정 | 배급_쇼박스 | 개봉_9월 7일
이 영화는:경주마를 소재로 한 <챔프>는 지난해 개봉한 <그랑프리>보다는 5년 전 개봉한 이환경 감독의 작품 <각설탕>에 가깝다. <각설탕>은 인간과 말의 가족애를 이야기하고, <챔프>는 가족에 방점을 찍는다. 교통사고로 시신경을 다친 기수와 새끼를 잃고 다리를 다친 경주마의 끈끈한 사랑을 축으로 부녀 사이의 가족애, 기마경찰대와의 우정, 사설경마 사기꾼들이 일으키는 소동 등이 양념으로 추가된다. <챔프>는 달고 맵고 짠 맛을 강조하는 영화다. 인위적으로 배치된 듯한 각 장면들은 기수가 경주마를 몰듯 관객의 감정을 한 쪽으로 몰아간다. 영화 초반 사설경마 사기꾼들과 기마경찰대는 웃음의 용도로 사용되고, 다친 다리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경주마와 아빠를 끔찍이 사랑하는 어린 딸은 눈물의 용도로 쓰인다. 다만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배치된 일부 장면들은 종종 늘어지고 반복되는 탓에 극의 긴장을 떨어트린다. 하지만 경주마 우박이의 표정은 <챔프>가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배급사 C사 마케팅팀 ㅅ씨의 관점: 명절에 어울리는 가족 영화다. 해피엔드도 좋고 익숙하지만 안정적인 차태현의 연기도 좋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도 꽤 있다. 그러나 초중반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군더더기가 많다. 도박의 일종인 경마를 과도하게 노출시킨 점도 거슬린다.
이번엔 좀 부끄럽다잉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 감독_정태원 | 출연_김수미, 신현준, 탁재훈, 정준하 | 배급_NEW | 개봉_9월 7일
이 영화는:<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로 시리즈를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로맨틱 코미디나 조폭 코미디를 버리고 <휴가 대소동> 스타일의 코믹 로드무비를 택했다. 배경은 일본 후쿠오카다. 김치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엄니손식품의 홍회장 일가가 직접 출장에 나선 것이다. 출국금지 후 첫 해외여행이어서인지 놓고 간 게 너무 많다. 상식과 품위, 예의, 공중도덕, 준법정신, 목적의식 그리고 재치와 위트까지. 편의점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온천에 몰래 들어가 때를 벗긴 뒤 세탁소의 옷을 훔쳐 달아나 산 속에서 원시인 코스프레를 한다. 돈가방 되찾기라는 목적도 잊어버리고 이리저리 다니며 하찮은 사건만 벌이는 홍회장 가족의 여행기는 웃기기보다는 민망하다. 가문에게도 시리즈에게도 관객에게도 수난인 작품이다. 이 영화를 즐기려면 최대한의 너그러움과 인내심을 미리 준비하는 게 낫겠다.
배급사 D사 배급팀 ㄴ씨의 관점: <가문의 영광>이라는 히트 시리즈 자체가 이 영화의 최고 강점이다. 추석 시즌을 타깃으로 가족 관객층이 몰릴 수는 있겠지만 입소문이 퍼질지는 모르겠다. 일단 이야기가 너무 끊겨 연결이 잘 안 된다. 연출이 매끄럽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가 부자연스러워서 억지웃음이 심하다.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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