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1일 중국 창춘에서 동북아 투자무역 박람회가 열린다. 국가개혁발전위원회, 상무부 및 지린성 정부가 공동 개최하는 국가급 박람회로 중국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기간에 맞춰 한중(韓中) 재계회의도 열린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다수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은 최근 동북3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외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표방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동북3성 개발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사회불만을 해소하자는 목적이 있다.
중국 정부는 1980년대 광둥을 중심으로 주강 삼각주를 먼저 개발했고, 1990년대에는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창장 삼각주에 개발의 중심을 두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베이징, 톈진을 중심으로 발해만 지역을 크게 발전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동북과 중서부 지역은 소외되었다. 이에 따른 지역 및 계층 간 격차가 지속되면서 소요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서부 지역 및 동북3성 개발을 서두르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지역의 높은 성장 잠재력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3성에는 석탄(130억t), 석유(10억t), 철광석(70억t) 등 지하자원이 많이 매장되어 있고 낮은 임금의 노동력도 풍부하다. 또 4500㎞에 달하는 북한 및 러시아 접경지역에선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과 8월 요령성 연해 경제벨트 계획과 지린성 장길도 프로젝트가 모두 국가급 개발전략으로 승격되면서 동북3성 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요령성은 다롄을 거점으로 한 동부연해 지역 6개 도시를 묶어 중점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1443㎞에 달하는 연해고속도로 완공은 이들 도시 간 연결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린성은 창춘, 지린 및 두만강 유역 중 총 7만3000㎢를 대상으로 개발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린성 총 면적의 39%를 차지하며 인구는 1090만명으로 전체의 40%다. 훈춘을 돌파구로 하고 작게는 옌지 룽징 도문을, 크게는 창춘 지린 및 동북 지역을 배후지로 한다는 구상이다. 국제항만 건설, 자유무역지대 설치, 최첨단 서비스 제공 등 8대 중점 프로젝트를 설정했다.
동북3성 개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나진항을 통한 동해로의 진출이다. 나진항은 동북3성의 출해구이자 한반도종단철도(TK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등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 부동항(不凍港)으로 개발 잠재력이 크다. 특히 중국, 러시아, 일본 및 한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안보 요충지이며 물류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경제적 가치가 크다. 훈춘에서 바로 나진항을 통하면 훈춘~다롄~부산~니가타 운송 루트가 10여일 단축된다.
나진항을 통한 동해 진출에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2009년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 후 2010년 1월 나선(羅先)이 특별시로 전격 승격된다. 관련 법 개정이 바로 이어졌고 대대적인 개발계획이 수립되었다.
북한도 정상회담의 기회를 활용해 나진항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TSR를 이용해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TMR로 돌아온 것이 이슈가 되었다. 건강상 이유로 거리를 단축하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그의 철도 이용으로 TSR, TMR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제 김 위원장이 네 번이나 중국을 방문한 목적이 분명해진다. 향후 나진항을 둘러싼 도로, 철도, 전력, 통신 등 인프라 구축 및 배후지역 건설에 중국과 러시아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로선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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