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11월쯤 남북관계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한ㆍ북한ㆍ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을 염두에 둔 말이다. 가스관 프로젝트는 사할린 천연가스를 북한을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것으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방문에선 가스관 사업과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을 위한 3국협력을 제안했다. 그동안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진전이 없었으나 다음 달 사할린~블라디보스크 간 가스관 공사 완공을 앞두고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영토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사업은 여러 면에서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 서로 보탬이 된다. 천연가스는 액화 비용이 들지 않아 우리가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값이 싸다. 러시아로선 판로를 넓힐 수 있어서, 한국으로선 중동 중심의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어 좋다. 북한으로선 통과료로 현물, 즉 가스를 챙길 수 있다. 한ㆍ러가 합의한 연간 100억㎥의 통과료는 약 7억㎥로 북한 발전량의 20%에 해당한다. 금액으론 연간 1억달러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 얻는 이익보다 많다.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는 만큼 리스크도 있다. 정치ㆍ군사적 문제로 북한이 가스관을 막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가스가 유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스관을 건설해 실제 운영에 들어가면 북한이 자기 것이 아닌 러시아 가스에 함부로 손대기 어려울 뿐더러 통과료 수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북한은 지금 경제ㆍ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얼어 있고 6자회담의 재개는 불투명하다. 가스관 연결 협상을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로 삼는 전략적 선택을 할 시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남북관계가 이래선 곤란하다. 옛 소련과 유럽을 연결하는 가스관도 냉전 시대인 1968년에 시작돼 평화와 협력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마침 8ㆍ30 개각에서 중국대사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하는 등 유연한 남북관계를 주장해 온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통일부장관에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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