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순진하고, 아직 방어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교실에 죄수처럼 갇혀, 각종 스트레스를 참아가면서 쓸데없는 내용을 공부하는 곳.'
'urbandictionary'라는 온라인 사전에 나오는 '학교(school)'에 관한 정의다. 공감을 많이 얻는 순으로 배열되고 현실을 잘 반영하는 재미있는 사전이다.
학교를 바라보는 이런 시각은 미국의 한 언론 기관(www.eschoolnews.com)이 최근 발표한 '학생들이 교육에 바라는 5가지'란 제목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실제적이고 쓸모 있는 것을 가르쳐 달라. 둘째, 학생이 선택하고 학생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셋째, 지루해서 도저히 배울 수 없으니 새롭고 흥미로운 교수법으로 가르쳐 달라. 넷째, 정보전달의 역할은 그만두고(Google을 통해 학생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교사는 학생의 삶의 멘토가 되어 달라. 다섯째, 다양한 멀티미디어 도구를 이용해 상호작용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수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이런 시각으로부터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21세기가 10년 넘게 지났고 세상의 모든 것이 크게 변했는데도 학교는 여전히 산업시대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입시의 틀에 꼭꼭 갇혀 진정한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삶에 중요한 것보다는 시험에 중요한 과목만 공부한다. 중ㆍ고교는 대학입시 준비기관으로 변질된 지 오래 됐고 '교육=정답찾기 훈련'이란 등식까지 성립할 정도다. 그래서 배움의 즐거움은 사라졌고 심한 학습부진 속에 충동적이고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간다.
지금과 같은 학교교육은 상위 10~20%에 속하는 아이들에겐 좋은 대학, 괜찮은 직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딜 만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공부할 동기를 갖기 매우 어렵다.
이런 공교육 시스템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영미의 전문가들은 현 공교육의 수명은 길어야 10년 정도로 본다. 한 예로 케리 페이서 영국 퓨처랩(Futurelab) 원장은 자신의 최근 저서(Learning Futures; Routledge 2011)에서 의무교육 시스템은 곧 종말을 고할 것이며 '2015년까지 고교생의 절반이 학교를 자진 중단하고, 2020년이면 전통적인 교실은 역사적 유적지가 될 것이다'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히고 있다.
그는 또 "교육정책을 논할 때 학교 시스템을 중심으로 보는 것은 낡은 사고"라며 20년 후에는 학교의 비중이 10%밖에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공교육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사회 및 교육 생태계의 대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배워야 할 내용과 방식이 변했고 세계화로 생존이 불확실해진 점,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실제 삶과 관련성이 매우 낮은 점, 학교 울타리 안에서 배우는 것보다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의 비중이 더 커지고,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경계가 점점 더 흐려지고 있는 점, 교육 공급자가 다양화되고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공교육이 학습가치가 낮은 내용으로 아이들을 교실에 강제로 앉아 있게 하는 것도 곧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개인별 맞춤교육으로 가든가 아니면 학교와 교육을 완전히 새롭게 재정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현재의 시스템 '개선(reforming)'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공교육 '재설계(transforming)'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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