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중추세력이자 안전판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계속 줄고 있어 걱정을 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중산층 가구 비중은 1990년 75.4%에서 지난해 67.5%로 줄었다. 중산층은 도시가구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배열한 뒤 따진 중간값)의 50~150%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20년 사이 국내총생산(GDP)은 3배 이상 증가했는데 중산층 비중은 되레 7.9%포인트 낮아졌다.
이들이 어디로 갔을까? 중위소득의 150%를 초과하는 상류층으로 편입됐다면 좋겠지만 빈곤층(중위소득의 50% 미만)으로 추락한 경우가 더 많다. 빈곤층이 7.1%에서 12.5%로 높아진 사이 상류층은 17.5%에서 20.0%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한 가구의 비중(5.4%)이 상류층으로 발돋움한 가구(2.5%)의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중산층으로 남아 있는 가계의 살림이 더 팍팍해진 점도 문제다. 지출이 소득보다 많아 적자를 보는 가계가 지난해 23.3%로 1990년(15.8%)보다 크게 늘었다. 중산층 가계부를 주름지게 한 주범은 빚이다. 소득 가운데 빚을 갚는 데 쓴 돈의 비중이 1990년 10.4%에서 2010년 27.5%로 급증했다. 중산층 가구의 최대 지출항목이 식료품(20.6%→11.0%)에서 부채상환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가계부채가 중산층의 삶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970년대만 해도 객관적 기준에 미달하면서도 '나도 중산층'이란 사람들이 많았다. 바로 '심리적 중산층'으로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지금 이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게 저축해도 내 집 장만은커녕 전셋집 마련도 어려워서, 아이들 과외비에 등골이 휘어서.
세계은행은 2006년 말 4억명인 세계 중산층이 2030년에는 12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브릭스(BRICs) 등 8개 신흥시장의 중산층 증가 속도가 빠르리란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은 역주행이다. 괜찮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주고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장기에 걸쳐 분산시키는 정책이 요구된다. 중산층 붕괴를 막는 것이 국가 미래를 탄탄히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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