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기와 치솟은 물가로 근로자 실질임금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확인됐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열흘 남짓 앞두고 전해진 이런 소식은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만든다.
고용부는 어제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2만8000곳을 표본 조사해 보니 지난 6월 현재 명목임금은 월 27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사이 소비자물가지수가 4.4% 올라 이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3.9% 줄어든 231만3000원에 그쳤다. 흔히 '월급쟁이'로 불리는 근로계약기간 1년 이상 상용근로자만 떼어 놓고 보면 실질임금이 246만7000원으로 6%나 줄어들었다.
이렇게 실질임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올해 추석 상여금마저 예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한 일부 재벌그룹 계열사들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을 뿐 다수의 대기업은 상여금을 별도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29일자 본지 9면 보도). 중소기업 중에서는 '추석을 쇠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는 회사가 44%,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곳은 3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30일 중소기업중앙회 발표).
'추석을 돈으로 쇠느냐? 가족끼리 정으로 쇠지!'라고 애써 자위해 봐도 썰렁할 수밖에 없는 게 월급쟁이들의 심정이겠다. 정부가 추석자금을 방출하네, 성수품 물가를 단속하네, 중소기업 지원예산을 조기집행하네 하고 나섰지만, 이런 '연례행사'에 감동하는 국민은 없다. 게다가 올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경기 실사지수'로 보나 중소기업중앙회의 '경기전망지수'로 보나 추석 이후에도 경기하강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든 여ㆍ야 정당이든 '추석 민심'을 얻기는 이미 틀린 것 같으니 '추석 이후 민심'으로 눈을 돌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이나 가계대출 증가율의 월별 억제목표를 임의적인 숫자로 정해 놓고 억지로 지키느라 전전긍긍하지만 말고 근로자 실질임금과 가계 실질소득을 끌어올릴 성장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ㆍ야 정치인들은 목전의 선거에만 매달리지 말고 민생경제 안정, 성장잠재력 회복, 복지 확충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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