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이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했다가 시장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들도 '뒤통수를 맞았다'며 질타 일색이다.
30일 락앤락은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하한가로 추락, 14.89% 하락한 3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락앤락은 전날 장마감후 “14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공시를 냈다. 이번 유상증자로 락앤락은 보통주 500만주를 신규 발행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이번 결정이 홍콩증시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무산된 신규시설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맵고 썼다. 목표주가 하향이 쏟아졌다.
IBK투자증권은 락앤락의 돌발적인 유상증자 발표로 단기적으로 주가의 '락(落) & 락(落)'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하면서 목표주가를 5만원에서 4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트레이딩 매수 관점'으로 낮췄다. 동양종금증권은 주가 희석요인 10%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4만6500원으로 내렸다. 메릴린치증권은 목표주가를 4만4000원으로 하향조정했고, 노무라증권은 목표주가를 3만6000원으로 30%나 떨어뜨리면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강등했다.
그동안 누적돼 온 락앤락에 대한 불만이 이번에 한꺼번에 표출됐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홍콩 기업공개(IPO) 추진에서부터 철회결정에 이르기까지 주주들과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는 등 벌써부터 시장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것. 회사측이 제시한 영업이익 전망치가 2분기 연속 미달된 것도 신뢰를 잃는데 한 몫 했다.
송치호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IPO 발표 이후 주가 급락과정에서 락앤락은 시장과의 소통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다시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결정으로 시장과의 소통 부재 이슈가 재부각됐다”면서 “시장과 소통없이 진행된 의사결정과 잦은 회사 계획 변화는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주가치에 대한 락앤락의 인식부족 문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면서 “홍콩 상장 계획에 대한 철회 공시 이후 향후 자금 조달에 대한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이번 결정은 기존 주주들의 투자 판단에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라고 평가했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를 희석한다는 측면에서 요즘 같은 조정장에서는 그 자체로 악재로 작용하곤 한다. 앞서 지난 26일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엠텍비젼은 유상증자 발표 후 하한가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18일 60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아이에스동서도 발표 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