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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만 좇아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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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최근 금융당국이 쏟아내는 '친서민' 정책의 중심에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권 원장은 최근 은행권에는 서민형 고금리 수신상품 개발을, 카드사들에게는 추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는 서민들을 위한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나친 친서민 일변도의 정책이 금융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상급기관의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말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 원장의 친서민 행보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금융 종결자가 되겠다"며 서민금융 부문을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저축은행 사태로 금감원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서민금융 현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권 원장의 친서민 정책에 수긍하던 금융회사들도 이제는 공공연히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지시에 따라 은행권 공동 고금리 수신상품 개발을 논의하던 상품개발 담당자들은 최근 반대 의견을 모아 금감원에 전달했고, 가계대출 담당자들도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에 거부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치게 서민 위주로 가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나왔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공동 고금리 수신상품의 경우 경영진 배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배임 문제는 금감원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수장 중 한 쪽이 지나치게 튀다 보니 수장들 사이에 말이 어긋나는 부분도 자주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은행들의 갑작스런 가계대출 중단을 불러온 금융위의 총량규제다. 한달 대출증가율을 0.6%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규제로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했고, 권 원장이 뒤늦게 나서서 "대출을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요구한 사항에 대해 하위 기관인 금감원이 뒤집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도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의 서로 다른 말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2달 전 보험업계의 해외진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김 위원장과 달리, 권 원장은 최근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배당을 줄이고 변액보험 해약환급금을 늘리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 자동차보험 업계에 서민지원 방안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보험료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내부에서도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정책 수장과 감독 수장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금융 매각 실패, 가계부채 대책 난항 등으로 힘을 잃고 있는 김 위원장과 대조돼 지나치게 튀어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권 원장이) 금융위 내부 실ㆍ국장급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도 김 위원장보다 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금감원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논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권 원장의 친서민 행보는 더욱 범위를 넓혀갈 전망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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