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하향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대외경제 부문에서 리스크가 커졌음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성장률 수정작업에 나설 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이날 주요 경제지표 전망치를 설명하면서 물가와 고용, 경상수지 모두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성장률에 대해서는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서도 시간이 지난 뒤 정확한 전망을 다시 해야 된다고 별도의 단서를 달았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8월 글로벌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계 및 주요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대 초반에서 3%대 후반으로 미국,유럽 ,중국, 러시아 등도모두 줄줄이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세계2위 중국에 대해서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당초 9%초중반에서 9%대 초반과 8%대 후반으로 하향조정했다. 미국와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도 성장률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수출도 8월에는 흑자규모가 평월대비 3분의 1 수준인 10억달러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절적인비수기와 휴가철로 인한 조업일수가 줄었지만 미국 중국 경기의 둔화 구조가 향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물량이 6.8%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은 "향후 선진국 및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수출 단가 및 환율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2분기 물량 기준 수출 증가율이 대부분 품목에서 하락했고 미국의 경기침체가 겹쳐지면 내구재 수출을 중심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물가는 상황이 더 악화되는 조짐이다. 올 들어 7월까지 7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수산물의 작황부진에 공급감소와 이른 추석을 앞둔 수요증가가 겹쳐 8울에는 4.7%를 넘어 5%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경제성장률 4.5%, 물가상승률 4.0%는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면서 "물가보다는 경기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정책운영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8월 31일과 9월 1일 발표되는 7월 광공업생산과 8월 소비자물가 및 수출입 잠정치가 정부의 거시지표 수정에 중요한 참고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특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요국 가운데 우리가 수출입 통관실적을 처음 발표하는데, 세계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국가에 주목하는 시점에 통계가 처음 나와서 잘못된 시그널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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