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폭 두고 고심..개각시기도 조금 늦춰져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개각 작업이 '오세훈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 10·26 보궐선거 때문에 개각폭과 구상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처지가 됐다. 개각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오늘 개각을 발표하기가 쉽지 않다"며 "당초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이 끝난 직후에 (개각을) 하려고 했으나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하마평에) 거론되지 않은 사람도 새롭게 물색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거론됐던 인물들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여러가지 컨셉트를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각에 교체되는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특임 장관이다. 여기에 통일·여성 장관의 교체 가능성도 있다. 특임장관은 이재오 장관의 국회 복귀에도 불구 당분간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개각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 데에는 10·26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특히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을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하려고 했던 계획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때까지 '측근인사', '회전문인사'라는 말이 나오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힘들고 당내 화합도 생각해야 한다"며 "현인택 현 통일장관의 교체가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보수층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순방을 다녀온 사이 국내 정치 상황이 급변했다"며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개각시기를 잡았는데 많은 변수를 감안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문화부 장관 인선작업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뮤지컬 '난타' 제작자인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를 직접 만나 "문화부 장관을 맡아 문화 CEO가 돼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직에 적임자가 아니다"며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장실·류진룡 전 문화부 차관과 함께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등 여성 후보들도 문화부 장관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경제관료 출신의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유력 후보로 알려져왔으나, "복지장관은 예산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진영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류성걸 기재부2차관,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창장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다. 특히 진 수석은 기획예산처에서 복지분야 예산을 담당했었고, 보건복지가족부 사회정책실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개각시기에 대해 "가능한 빠른 시일내"라고 했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그래도 (8월 내에) 해야 된다. 몇 사람 되지 않는데 미룰 수 없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는 9월19일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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