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자녀의 불리한 교육 여건에 마음 아파해..학자금 대출 받은 대학생에도 관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을 결정한데는 개인 차원의 사회 기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 회장은 얼마전 범현대가가 뭉쳐 조직한 아산나눔재단에도 불참했는데, 개인적인 기부에 뜻을 뒀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를 놓고 오랫동안 고심을 했다. 특히 사회 구조의 변화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상황을 접한 점에 마음 아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마다 본인의 역할이 무엇일까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저소득층 우수한 인재들이 쉽게 낙심하지 않도록 교육의 사다리를 튼튼하게 세워 우리 사회의 미래 건강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개인 사상 최대 기부금인 5000억원을 출연키로 결정했다.
해비치재단은 저소득층 우수인재 육성에 사용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여러 곳에서 자문을 받았으며 저소득층 우수 인재 발굴 육성 전문 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문화 예술 체육 분야 저소득층 인재 육성, 사회적으로 소외된 국가 유공자 자녀 교육 지원 등으로 큰 그림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측은 "구체적인 사업 프로그램은 향후 해비치 재단이 중심이 돼 사회 다양한 층과 전문가 그룹 의견을 반영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로 힘들어 하는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에도 관심을 보인 만큼 이 부분의 운영 방안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회장은 자료를 통해 "학업 지속을 위해 높은 이자의 학자금 대출, 신용 불량, 그리고 이로 인해 취업 실패의 상처를 받는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의 사연에 안타깝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들의 사연은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하며,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기성세대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해비치재단은 "학자금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 힘겨워 하는 저소득층 대학생 가운데 우수 학생들에게 선별적으로 도움이 되는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형편이 좋지 않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삶을 가꿔 나가고 있는 우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미래 첨단분야 과학영재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저소득층에 국한하지 않고 인재 발굴에 적극 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측은 "과학기술 인재양성은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선도할 핵심 사안이다"면서 "정 회장은 미래 첨단분야 과학영재를 저소득층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적 인재로 양성하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의지에 따라 해비치재단의 사업도 저소득층 미래 인재육성을 중심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해비치재단은 그동안 장학지원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교육,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해왔다.
해비치재단은 "설립자인 정 회장의 소신을 최대한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 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효과적인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이 해비치재단에 출연한 금액은 2007년 600억원을 시작으로 2008년 300억원, 2009년 600억원을 포함해 총 6500억원에 이른다. 주식수도 총 455만5282주에 달한다.
해비치재단은 이희범 이사장을 비롯해 어윤대, 신수정, 손지열 씨 등이 이사를 맡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