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영규 기자]김문수 경기도지사(사진)는 요즘 '김물수'로 통한다. 지난 2006년 첫 도지사 부임후 서슬 퍼렇던 '강단'과 '기세'는 오간데 없고, 요즘 부드러운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면서 붙은 별칭이다.
김 지사는 취임 초 공석이나 사석을 불문하고 모임에서 "요즘 공무원들 못믿겠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능력 안 되는 공무원들이 많아서 함께 일을 못하겠다는 의미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특히 김 지사는 3500여명에 달하는 경기도청 공무원들을 향해 '비수'를 꽂기도 했다.
그는 "나는 공무원들이 일하다가 순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도발적인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도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김 지사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 같은 언행은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임되면서 달라지고 있다. 부드러운 이미지로의 변모가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김 지사는 요즘 누구를 만나도 반말을 하는 법이 없다. 이름이나 직함 뒤에는 항상 '~님'자가 붙는다. 공식 석상에서는 자신을 낮추는 것도 생활화돼 있다. 일반 행사에서 외빈을 소개할 때면 '제가, 저는' 등의 단어를 수시로 쓴다. 그 만큼 과거의 '빳빳함'은 풀어졌다.
김 지사는 경기도내 31개 시군을 대할 때도 과거와는 완연히 달라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 지사는 경기도내 각 시군으로 부터 협조나 지원관련 공문 등이 오면 무조건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또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며 "초창기 김 지사의 스탠스를 감안하면 상당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김 지사의 언행이 '유(柔)'해지면서 각 시군과 도청 일각에서는 김 지사에게 '김물수'라는 별칭까지 붙여줬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최근에는 도청 직원들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대한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수해복구에 나섰던 직원들에 대해서는 공적에 따라 푸짐한 상을 주도록 했고, 현안 처리가 안 되는 부서의 담당자를 대할 때면 예전의 '다그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해'쪽에 무게를 두고 경청한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김 지사가 차기 대권 유력후보로 거론되면서 '내치'(도정)보다는 '외치'(대외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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