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시장직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게 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일까.
서울시가 지난 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발의하고 24일로 투표일을 확정한 이후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등 사생결단에 나섰다.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4가지다.
①주민투표 자체 논란
당장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부친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이는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교육청은 이번 주민투표가 ▲예산에 대한 내용을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 ▲무상급식은 교육감의 사무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오 시장이 지난 1월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법원에 조례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무상급식이 교육감의 권한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이번 주민투표는 시장이 주민의 발의를 받아 시행하는 행정 주체의 권한 행사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투표권자들에게 발송된 공보에서도 양측은 투표 참여와 불참의 이유를 중점적으로 홍보하며 첨예하게 맞섰다.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투표참가운동)는 "투표율이 33.3% 이하면 단계적 무상급식 안은 부결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든 전면 무상급식을 하게 된다"며 "반드시 투표를 통해 서울시민의 뜻대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투표거부운동)는 "아이들 밥값 투표꺼리가 되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켜달라. '나쁜투표! 착한거부!' 투표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②무상급식 주민투표의 문구 적절한가
무엇을 두고 투표하는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서울시가 '전면'과 '단계'로 틀을 짠 것에 대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은 서울시가 확정한 주민투표 문안에 대해서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지난 1일 서울시가 공고한 주민투표안은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와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까지, 중학교는 2012년까지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는 투표다.
전자는 서울시가 주장하는 '단계적 무상급식'이며, 후자는 시의회가 주장하는 '전면적 무상급식'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측 관계자는 "한 학급에서 절반 정도는 급식비를 내고 나머지는 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무상급식'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며 "서울시가 본질은 가린 채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애당초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기로 했던 투표 의도가 '전면적'과 '단계적'이란 수사 아래 묻혀버렸다는 지적이다.
곽 교육감도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주민투표 문안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정해 무상급식 전면 실시안이 선택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막상 투표가 다가오니 주민들이 '단계적' 무상급식을 선호하고 있어 민주당이 억지주장을 부리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소득수준별 단계적 무상급식을 제안했다"며 "한 사람이라도 비용을 받지 않으면 '무상'이며 핵심은 소득 수준별 차등 여부"라고 반박했다.
③'무상급식 지원범위' 문구도 논란
서울시교육청은 새로 추가된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하여'란 표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원'의 주체가 시장이라면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교육청 정책을 구속할 수 없고, 교육청 지원범위라면 분명한 월권행위라는 설명이다.
이 표현이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는 법률 전문가도 동의한다. "'지원'이란 단어가 들어갔다는 것은 주민투표를 발의한 주체가 주민이 아닌 서울시장이 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투표에 서울시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지원 범위 문구가 단지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발의안은 원래 서울시가 만드는 것이고 선관위쪽 의견을 반영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④주민투표 거부운동은 불법인가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독려하는 것도 투표 운동이 되는지 여부도 쟁점거리다.
투표운동은 투표일(24일) 직전인 23일 자정까지 이어진다.
서울시는 투표 불참운동으로 인해 투표소에 가는 행위가 서울시 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호도되고 이는 '비밀선거' 원칙에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선별적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는 투표 불참을 주장하는 이들을 투표운동 대표단체로 등록한 서울시선관위가 주민투표법을 위반했다면서 고발했다.
하지만 주민투표 반대운동(보이콧)도 가능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득표 후보를 뽑는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주민투표는 주민의 의견을 묻는 투표이기 때문에 '투표율 33.3%'는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해한 하한선이다. 적어도 주민 3명 중 1명이 투표에 참여해야 주민의 뜻을 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 관계자는 "투표운동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운동도 벌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05년 행정구역 개편을 묻는 제주도 주민투표부터 주민투표 불참 운동을 투표운동의 하나로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있다.
서울시선관위 역시 주민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운동도 투표운동의 일종으로 보고 허용했다.
한편 24일 주민투표가 예정대로 실시되면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는 확정된 결과대로 행정 및 재정상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확정 사항에 대해서는 2년 내에 이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논란은 쉽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투표가 끝난 뒤 내려질 판결도 있어 투표결과가 나오더라도 선택된 방식으로 무상급식이 바로 진행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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