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연기자협회(이하 연기자협회)가 KBS <스파이 명월> 촬영을 거부해 방송 차질을 빚은 한예슬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19일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의 본질을 “고질적인 방송 제작환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협회는 “이번 사건을 한예슬 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방송사와 제작사 측의 견해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수차례에 걸쳐 제작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끝내 외면하고 살인적인 촬영 일정을 강요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책임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연배우가 하루 이틀 촬영현장을 떠났다고 해서 곧바로 결방 사태가 벌어지는 현실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의 제작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연기자가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돼 법정근로시간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의 보호는 커녕 사회안전망조차 우리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예슬의 촬영 거부는 생존을 위한 절규라는 게 우리의 공통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협회는 △방송사, 제작사, 연기자가 함께하는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위원회 구성 △연기자와 방송사, 제작사 간 표준출연계약서 △외주제작비 현실화 △연기자와 스태프의 의견을 반영해 촬영 일정 조정 등을 요구했다. 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대해 “부득이 이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한예슬의 행동이 옳고 정당했다고 주장하거나 그를 감싸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는 사실과 실체적 진실 사이에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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