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비행기의 잡종기술
-항우연 'SUAV' 2012년 개발 목표
-미국이어 세계 2번째 성공 총력전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 5원소'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녹여 넣은 오락 영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의 교통수단이다. 2259년의 뉴욕을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에서 등장 인물들은 자동차 혹은 소형 비행기를 타고 고층 건물 사이를 날아다닌다. 한 번 상상해보자. 내 집 앞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원하는 곳 어디나 가볍게 착륙할 수 있다면 어떨까. 더 이상 도로 위 교통체증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이동 시간도 크게 단축될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가용 비행기'라는 상상이 실현될 날은 멀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이 연구중인 스마트무인기(SUAV)가 그 주역이다.
스마트무인기는 헬기와 비행기의 '하이브리드'라고 보면 된다. 동체 양쪽 날개에는 보통 비행기와 달리 커다란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이 프로펠러를 수직으로 세워 비행기처럼 이륙한 뒤 프로펠러를 천천히 눕혀 보통 비행기처럼 고속으로 비행한다. 활주로 없이 이착륙할 수 있어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헬기의 장점에 비행기의 빠른 속도를 결합한 것이다. 이런 비행기를 '틸트로터' 비행기라고 부른다.
스마트 무인기 개발사업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2년이었다. 무인기 분야에서 세계 5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 아래 자율비행, 충돌감지와 회피 등 핵심적 기능을 포함한 차세대 무인항공기 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이다. 비행기뿐만 아니라 임무장비와 통신장비, 관제장비 기술 개발까지 아울러야 하는 프로젝트다. 개발 예산은 약 1000억원으로 국내 10개 기업과 경상대, 한서대 등 4개 대학이 참여중이다.
틸트로터 비행기 개발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천이비행이다. 프로펠러를 지면에 90도로 세워 수직이륙한 뒤 공중에서 전진 방향으로 수평으로 눕히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관문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에는 40% 크기로 축소한 비행체가 완전 천이비행에 성공하면서 틸트로터형 스마트 무인기 개발 가능성도 빠르게 앞당겨졌다. 현재 세계에서 틸트로터형 비행체를 양산중인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1951년 'XV-3', 1971년 'XV-15'등의 항공기 개발로 획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부터 틸트로터 수송기를 미 해병대에 배치하고 있다. 한국이 예정대로 2012년 틸트로터형 항공기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2번째 기술보유국이 된다. 단기간 내 오로지 '독학'으로 거둔 성과인 셈이다. 미국은 틸트로터 항공기 제작 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분류하고 다른 나라에 가르쳐 주지 않는다. 민수용으로 만들어지는 틸트로터 항공기에도 미국 기술이 사용된다. 현재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와 미국 벨헬리콥터가 합작한 9인승 민간용 틸트로터 항공기 'BA609'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데, 이 역시 핵심적 틸트로터 기술은 벨 헬리콥터만이 갖고 있다.
스마트무인기 개발 사업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사업단은 틸트로터형 항공기 기술과 함께 자동비행을 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8년 8월에는 40% 축소 모형으로 자동 시험비행을 마쳤고, 같은 해 10월부터는 실물 크기로 지상시험에 들어갔다. 올 초에는 1,2호기의 안전줄 비행시험을 실시했고 3호기는 진행중이다. 사고로 추락할 경우를 대비, 스마트무인기를 22m 높이 크레인에 묶은 상태로 비행시험을 치른 것이다. 비행시험은 회전익과 천이비행, 고정익 비행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날개 양쪽의 프로펠러가 90도에서 80도 사이로 서 있을 때를 회전익이고 이를 서서히 눕히는 것이 천이비행이며 완전히 눕혀져 0도가 되면 고정익비행이다. 현재 비행시험은 회전익까지 이뤄졌으며, 10월부터는 천이비행 시험에 들어간다. 스마트무인기사업단 김승주 박사는 "처음에는 비행체 점검을 위해 크레인에 줄을 매달고 비행시험을실시한다"며 "전진비행은 안 하고, 천천히 돌거나 정지비행을 하면서 비행 상태를 파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 3대의 비행체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1,2호는 회전익 비행시험이 끝난 상태예요. 10월부터는 줄을 떼고 활주로에서 헬기 모드로 비행을 시작해 천이비행에 도전합니다. 내년 3월에 사업이 종료되는 만큼 올 가을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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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개발이 완료된 스마트무인기는 최고속도 시속 500km로 5시간까지 날 수 있다. 애초 틸트로터 비행기는 군수용으로 개발됐으나, 우리 정부는 스마트무인기를 무인전투기와 같은 군용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수 카메라를 장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불 등 재해지역을 정찰할 수 있고, 인공위성과 상호보완해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 특정 지역의 통신을 중계할 수도 있다. 특히 산악지형이 많이 활주로를 확보하기 곤란한 국내 환경에 걸맞는다.
현재 틸트로터형 무인기를 연구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과학계에서는 성공한다면 단숨에 '세계 1류'로 진입할 수 있는 선도적 기술로 평가한다. 이미 원자력연구소 등을 비롯,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김재무 스마트무인기 사업단장은 "틸트로터 기술을 획득하면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실력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대형 헬리콥터 업체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등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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