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비극의 정점을 찍었다. 김종서(이순재) 및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수양대군(김영철)은 김승유(박시후)의 친구 신면(송종호)에게 김종서와 김승유를 확실하게 처리하라 명령한다. 세령(문채원)은 끊임없이 아버지의 계획을 김승유에게 알리려 하지만 실패하고 김승유가 죽었단 생각에 절망에 빠진다. 신면에 의해 살아남은 김승유는 다음날 찾아간 수양대군 집 앞에서 세령이 수양대군의 딸임을 알게 된다.
오늘의 대사: “꼭 살아서 만나자구나” - 김종서
<공주의 남자>는 단순한 이야기와 예측 가능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비극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님”에도 김종서는 수양대군에 의해 죽게 되고 부모 세대에서 팽팽했던 대결은 불가피하게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행된 세력 다툼이란 배경에서 인물들의 대치는 그 자체만으로 강하고 진한 비극을 만들어낸다. 철퇴를 맞은 김종서가 아들 김승유에게 “꼭 살아서 만나자구나”라고 할 때, “내게 반기를 든 자들은 다 죽게 된다”는 수양대군을 볼 때, 수양대군의 수하가 된 신면과 김승유가 만날 때 등 모든 인물들의 만남은 비극의 정점을 위해 차곡차곡 쌓인다. 이렇게 모인 인물들의 갈등은 김승유가 곧 참수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세령이 말을 타고 달려갈 때 시작되는 비장한 음악과 아버지를 찾아가는 김승유를 표현하는 슬로우모션 등으로 극대화된다. 하룻밤의 이야기로 한 회를 꽉 채운 <공주의 남자>는 한 순간도 비극의 정서를 놓지 않으며 시청자들을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Best & Worst
Best: 주요 인물들의 갈등이 폭발한 9회는 배우들의 연기가 여느 때보다 돋보인 한 회였다. 그동안 다소 철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던 김승유는 형이 죽고 아버지의 목이 거리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한다. 신면에 의해 목숨을 구한 김승유는 숲 속에서 정신을 차린 후 수양대군의 세력을 상대해야 한다던 김종서의 말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린다. 다음날 아침 수양대군 집 앞에서 세령을 보고 충격을 받은 김승유를 연기한 박시후의 눈빛은 캐릭터의 변화를 예고했다. 또한 아버지의 계획을 알고도 김승유를 구하지 못해 넋이 나간 세령을 연기한 문채원과 힘없이 수양대군의 협박을 감내해야 하는 경혜공주의 홍수현과 정종 이민우까지 별다른 대사 없이도 비장함을 제대로 표현한 배우들의 열연이 오늘의 Best.
Worst: 수양대군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가 이미 수많은 사극에서 다뤄졌던 것만큼 야망을 가진 수양대군의 이미지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주의 남자>는 김승유와 세령의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수양대군의 캐릭터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타고난 운명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것인가”, “옥좌를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임금이다” 등과 같은 수양대군의 대사는 김영철의 연기와 만나 수양대군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17일 방송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조카를 협박하면서까지 임금이 되려는 수양대군의 심리가 충분히 표현되지 않아 아쉬웠다. 친구들을 배신한 신면 또한 매몰차게 돌아선 모습과 함께 결정적인 순간에는 김승유를 살려주는 장면 등을 통해 예측 가능한 캐릭터로 표현됐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인 권력 다툼과 그 중심에 있는 인물들의 심리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극 전체가 진부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캐릭터와 정서가 이 드라마의 핵심인만큼 좀 더 섬세한 캐릭터 표현이 필요하지 않을까.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2초 이상 지속되던 신면의 절규. 그대로 움짤 예약
- 드라마 초반에 나오던 환하고 예쁜 장면들은 이제 볼 수 없는 건가?
- 왜 또 김승유는 잡힌거야! 낚시를 부르는 악마의 예고.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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