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남자> 7회 수-목 KBS2 밤 9시 55분
역사와 로맨스의 상호작용은 <공주의 남자>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세령(문채원)과 경혜공주(홍수현), 김승유(박시후)와 신면(송종호)이 정적이자 연적으로 묶이게 되는 과정은 모두 당대의 정치적 지형과 결부되어 있다. 연모는 정국의 소용돌이를 부르고, 이 소용돌이는 다시 상대를 갈구하는 캐릭터들에게 애절함을 부여한다. 역사적 사변과 로맨스를 하나의 층위로 묶어낸 이 섬세한 작업은 작품을 흥미로운 정치사극으로도, 출중한 로맨스물로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으로 역사와 로맨스 사이의 화학작용에 실패하는 순간 자칫 작품의 매력도 덩달아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7회에서 <공주의 남자>는 김승유와 세령의 연정에 역사의 시간표를 맞추느라 문종(정동환) 승하 후의 정치공간을 충분히 묘사하지 못 했다. 단종(노태엽) 즉위에서 계유정난까지 1년 반에 이르는 갈등을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하다 보니, 김종서(이순재)는 수양대군(김영철)과 신숙주(이효정)에게 아무런 정치적 계산 없이 대놓고 면박을 주는 단순한 캐릭터가 되었다.
정치적 긴장을 촉매로 발화하던 로맨스 또한 다소 그 빛이 바랬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수줍게 입 맞추는 젊은 연인들의 시간은 세령이 제 정체를 밝히는 순간을 유예한 탓에 철저한 정치적 진공 속에 서술되었다. 극을 관통하는 두 서사 축이 서로 유리된 채 진행된 탓에 극이 충분한 긴장감을 얻지 못 한 것이다. 물론 두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날들을 충분히 묘사하는 것이 닥쳐 올 역사적 사변의 비극성을 한층 더 배가시킬 수도 있다. 7회의 말미, 세령은 아버지 수양의 진심을 엿듣고 두 사람 앞에 놓인 비극의 크기를 실감했다. “서로에게 삶과 죽음을 허락”하겠다 노래하던 연인들이 실제 생사를 걸어야 하는 혼란한 정국으로 휘말려 들어갈 것을 예고한 것이다. 역사의 비극과 로맨스가 다시 발걸음을 맞춰 걷는 데 성공한다면, 다소 느슨했던 7회도 절정으로 치닫기 위한 숨고르기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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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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