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페리 "3차 양적완화는 반역죄"..백악관 "언사에 신중해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공화당의 아이오와주 스트로폴(모의투표)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서부 3개주 민생 투어를 시작으로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향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한 반역죄인 논쟁이 그 첫번째 화두로 등장했다.
포문은 공화당 소속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제공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15일 아이오와에서 첫 공식 선거운동에 나선 페리는 FRB가 내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 추가로 달러를 찍어낸다면 이는 국가를 반역하는 일에 가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3차 양적완화는 반역죄라는 주장이다.
페리는 이미 양적완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우리 주머니 속의 달러 가치만 견디기 힘든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버냉키 의장이 추가로 달러를 찍어낸다면 이는 현재의 미국 역사에서 반역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년간의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실험은 실패했다며 내년 11월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페리는 아이오와주 모의투표에서 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직접 후보 이름을 써서 투표한 것도 인정되는 독특한 방식 덕분에 4%나 지지를 얻었고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페리의 공격에 백악관은 버냉키 의장 감싸기에 나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언사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며 "FRB 의장을 위협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 문제가 늘 가장 큰 문제였다. 이에 페리는 양적완화를 주도했던 버냉키 의장을 걸고 넘어간 것이고 향후 논쟁 확산 여부에 워싱턴 정가는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페리의 양적완화에 대한 비난이 FRB에 대한 더 많은 정치적 압력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WP는 FRB는 어떤 결정을 내릴때 정치적 측면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지만 공화당의 반역죄 주장으로 인해 향후 FRB의 역할이 복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FRB의 경기 부양 노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WP는 페리의 공격은 대통령 후보가 FRB 의장에 대하는 태도로써는 통상적인 방법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오바마 정부의 경제 정책과 FRB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와주 모의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던 론 폴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FRB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7월 초 하원 청문회에서 버냉키 의장과 설전을 벌이며, 태환지폐(금으로 교환가능한 화폐)를 따로 발행해 불태환지폐인 현재의 달러화와 경쟁시키자고 주장했다. 모의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미셸 바크만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은 티파티 운동의 지도자로 지난 채무한도 상향 논란에서 균형 재정론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카니 대변인은 "FRB의 독립성은 중요하다"며 FRB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공화당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페리 주지사의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던 토니 프라토는 페리의 발언에 대해 적절하지 않고 대통령 후보답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리는 "나는 단지 이 문제에 대해 열정적일 뿐이며 말했던 것을 고수할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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