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주도로 '범 현대가'가 참여하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법인이 출범했다.
현대중공업그룹 6개 계열사와 해상화재ㆍ백화점ㆍ산업개발ㆍKCC 등 범 현대가 사장단은 16일 오전 서울 계동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산나눔재단'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성 사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계열사 사장단과 범 현대가 기업 사장단들이 참석했다. 재단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진홍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 한정화 한양대 교수, 영화배우 안성기,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사장 등 준비위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사장은 이날 "아산 나눔재단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기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정주영 창업자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우리 사회에 많이 전파되도록 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범 현대가가 이 같이 힘을 모으는 것은 지난 1999년 그룹 해체 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아산나눔재단은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인 정 의원이 현금 300억원과 1700억원 상당의 주식 등 2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고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6개사가 2380억원, 범 현대가인 KCC가 150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 100억원, 현대백화점 50억원, 현대산업개발 50억원, 현대종합금속 30억원 등 380억원을 내놓았다.
또한 정상영ㆍ정몽근ㆍ정몽규ㆍ정몽윤ㆍ정몽석ㆍ정몽진, 정몽익, 정지선 등 창업자 가족들도 사재 240억원을 출연해 총 5000억원의 출연금으로 출범한다. 매년 출연금을 늘려 조 단위가 넘는 재단으로 확대ㆍ발전시킨다는 방침이라, 향후 삼성꿈장학재단(출연금 8000억원)을 능가하는 국내최대 규모의 재단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단에는 장자인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과 적통을 자임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빠졌다. 정 의원과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 해체 이후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왔고,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진행된 현대건설 인수전을 통해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범 현대가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들을 끌어들이지 못해 재단은 반쪽짜리 성과에 불과하며, 오너 일가에서 정 의원의 위상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 명예회장의 부인인 변중석 여사의 4주기 기일이다. 이날 저녁 정몽구 회장과 정 의원, 현 회장 등 범 현대가 일원들은 변 여사 제사를 모시기 위해 서울 청운동 창업주 자택에 집결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재단 설립에 관한 상황을 추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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