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난항을 겪던 낙농가와 유업체 간의 원유가격 인상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우유공급 부족으로 인한 '우유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 측은 11일 오후 2시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24시간 동안 정회와 재개를 반복하며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원유가격 인상폭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로써 양측은 지난 6월 21일부터 50여일 동안 13차에 걸친 협상 테이블을 떠나며 끝내 '우유대란'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이날 낙농가들은 당초 제시했던 ℓ당 173원 인상 요구에서 ℓ당 145원 인상안까지 물러섰고 유업체들은 81원에서 정부가 내놓은 중재안대로 '130+α원'까지 올릴 수 있다고 양보했다. 정부는 ℓ당 130원 인상에 체세포 2등급 원유에 대한 인센티브 가격 상향조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양측은 더이상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인상된 원유가격 적용 시기에 대해서도 평행선을 달리면서 더이상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 오후 1시50분께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정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원유가격 인상폭과 적용시기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우유대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비축해놓은 물량을 대부분 소진해 시중에 우유가 고갈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의 희생은 물론, 낙농업계와 유업계 모두 공멸할 수 있는 위기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낙농가들이 하루나 이틀 정도는 우유를 보관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 저장할 수 있는 탱크가 없어 이제는 버리던가 유업체에 납품하던가 양자 택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에 상당수 농가들은 협상이 완료될 시 소급 적용해달라며 현재 유업체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까지 공장 가동을 멈췄던 매일유업에는 현재 50% 이상의 원유가 공급돼 생산라인이 재개됐다.
서울우유도 소속 조합원들과 원유값 인상 폭에 대해 합의해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공급받은 원유에 대해 ℓ당 160원을 인상해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12일부터 확보한 원유에 관해서는 현재 낙농가들의 모임인 낙농육우협회와 유업체 간에 진행되는 협상이 타결되는 가격을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은 결렬됐지만 농가와의 개별 접촉을 통해 추후 소급 적용키로 하고 원유 공급을 받고 있다"면서 "늦어도 모레부터는 우유 공급이 정상화 될 것으로 보여 우유대란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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