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특별법을 만들어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채권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것은 '나쁜 선심'이다. 특위 임무인 비리 실체 밝히기와 재발방지 대책은 뒷전인 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당장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하는 현행 예금자보호법을 입법부에서 무력화시키는 꼴이다. 6000만원까지 100% 보상하고 6000만원 초과 예금도 60~95%를 돌려준다니 일부 예금자를 위해 사실상 예금보호한도를 마냥 늘려주는 셈이다.
후순위채 매입자에게도 보상한다는 발상은 문제가 더 많다. 1000만원 이하는 100%, 5억원 이상도 50% 내준다니 어디 후순위채가 정부보증 채권인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대우채 펀드를 소지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보상을 검토했다가 폐기한 것은 원칙을 벗어난 선례를 만들면 더 큰 후유증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서다.
보상 재원으로 예금보험료로 조성한 예금보험기금을 쓰겠다는 것도 도적적 해이다. 이러다가 예금보험기금이 부족해지면 세금으로 메울 것인가. 예금보험료는 저축은행과 무관한 다른 예금자가 낸 돈도 포함돼 있으니 엉뚱한 곳에 투입할 명문이 약하다. 형평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이전에 영업정지된 다른 저축은행과 다음 달 구조조정 때 문 닫을 저축은행 예금자에게도 이런 식으로 보상할 것인가. 저축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회사의 금융피해 사태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가 많은 기업 부도로 피해를 본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어찌할 것인가.
나쁜 선심에서 비롯된 나쁜 선례는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3만여명. 피해자들은 고마워하겠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국회의원들을 기억할 것이다. 법으로 사회정의를 세우려면 의원들부터 법을 지켜야지 이런 식으로 무시해선 안 된다.
지금은 저축은행 비리를 찾아내 규명할 때지 표를 의식해 피해보상 방안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여야 지도부는 특위 산하 피해대책소위가 합의한 안에 대해 냉정하게 재검토해 지금이라도 한국금융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나쁜 선심을 스스로 거둬들여야 한다. 국회가 8월 임시국회에서 끝내 특별법을 통과시킨다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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