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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지역별 방재기준 다시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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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지역별 방재기준 다시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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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금까지의 강수량이 1년 강수량과 비슷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여름철에 비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서울의 경우 7월에 내린 비가 1311㎜로 7월 평년 강수량의 3배 이상이며, 6~7월 강수량이 1년 강수량보다 많았다. 최근 10년 동안의 강수량은 과거에 비해 97.4㎜가 증가했는데 증가량의 89%는 주로 여름철에 집중됐다. 특히 7월 강수량 증가는 연 강수량 증가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최근 10년간 강수량 증가는 7월 강수량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7월 강수량은 일 강수량 50㎜ 이상 호우 발생일수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따라서 7월의 호우 발생일수가 증가한 것이 우리나라 강수량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비가 여름에 집중되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우선 공기의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수증기 함유량이 7%가량 증가하여 비가 더 많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 여름철에 우리나라 쪽으로 유입된 고온다습한 불안정한 공기는 제트기류 부근에서 상승하여 구름을 형성한다. 이때 수증기량이 많을수록 구름 입자가 많아지고 온도가 상승하여 상승운동이 빨라진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양의 수증기가 구름에 흘러들어가 구름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비가 많이 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오는 횟수가 꼭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1996년 7월 말 '장마 후 소나기'가 보도되었고, 1999년에도 '장마가 끝났는데 웬 호우냐'는 항의가 잇따랐다는 기사가 있다. 예전에는 '장마 후 맑음'이라는 날씨공식이 통해서 장마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갔으나, 최근에는 '장마 후 호우' 공식이 등장하면서 휴가철에 호우가 오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10년간 더욱 뚜렷해져서 호우로 인하여 소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호우의 또 다른 특성은 지역 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에서 시간당 100㎜ 이상의 호우가 내렸던 시각에, 강북에서는 10㎜ 이하의 비만 내렸다. 비는 2~3시간 국지적으로 집중해서 내리다가 잠시 후 다시 다른 지역에서 쏟아졌다. 이런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최근 여름철 강수량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에서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정해 2100년까지 기후변화를 전망한 결과,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하면 동아시아의 기온이 6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 21세기 말에는 강수량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지만, 비가 내리는 날 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금 나타나는 여름철 강수량이나 호우 발생빈도의 증가가 자연적인 변화가 아니라 온실가스 증가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구의 기후는 점점 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 대기순환이 변하고 지역에 따라 극한기후의 패턴도 변하고 있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추세다. 여름철의 강수량은 평균적으로는 증가하지만 변동성도 증가한다. 또한 도시화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도시화로 인구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는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재해 대응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수적이다. 과거의 기후에 근거한 방재기준이 아니라 미래 기후를 고려한 방재기준을 정책적으로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도시와 농촌, 연안과 산악지역에서 각각 자연ㆍ사회적 환경을 고려하여 차별화된 전략을 개발, 미래 기후변화에 대응한 안전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 힘을 모을 때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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