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전 루머에 대처하는 강덕수의 자세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최고 경영진을 밑고 맡겨주세요."
지난달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 참여 발표 직후 문경 연수원에서 열린 STX그룹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주재한 강덕수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이 한마디만 던졌다.
최고 경영진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 회장 자신을 의미했다. 하이닉스를 얻든, 잃든 모든 결과는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뜻이라는 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주 그룹 주요 사업장의 여름휴가 기간에 강 회장도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한 리조트에서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 기간 이었던 지난 4일은 강 회장의 예순 두 번째 생일(음력 7월 5일)이었다.
이날을 전후해 강 회장은 그룹 홍보실로부터 하이닉스 인수전과 관련한 외국인 투자 지분 및 경영권 제한 등의 루머를 보고 받았다. STX의 약점을 지적하는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를 접한 데 이어 또 다시 뒤통수를 맞은 사건이었다. 인수전을 담당하고 있는 전략기획실도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강 회장의 지시는 "진실만 말하라"일 뿐이었다. 수많은 인수ㆍ합병(M&A)전을 치루며 노하우를 쌓은 강 회장은 인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루머에 일일이 신경을 쓸 경우, 본연의 목표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루머에 맞서는 가장 큰 무기는 진실이다. 힘들지만 이 원칙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승리를 해도 상처만 남는다"는 것이다.
온갖 억측을 낳고 있는 중동 투자자본의 실체도 본 입찰 참여 이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차라리 공개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하이닉스를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파트너와의 신뢰를 지속하는 것이라는 강 회장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라며 "비록 당장 이름을 밝힐 수 없으나 (강 회장은) 파트너가 하이닉스의 미래 성장성과 STX의 경영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먼저 투자를 제안했다는 점을 들어 투기자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강 회장도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달 말 매각 방식을 결정하는 채권단이 최초 입장과 달리 구주를 더 많이 인수하는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움직임을 포착한 데다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자칫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TX는 하이닉스 기업 실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 결과를 토대로 하이닉스 인수 당위성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홍보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그룹측은 "이번 전략은 하이닉스 문제를 공세적으로 짚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끝(하이닉스 본 입찰)까지 가겠다는 강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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