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학교에 있는 희귀본 도서관인 '바이네케 도서관'의 내부 모습.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6층 짜리 유리타워다. 이 유리타워엔 갈색빛을 띤 고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진=서헌강 작가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미국 롱아일랜드 해협 북쪽 코네티컷주의 뉴헤이븐. 이 곳에 있는 예일대학교 121 월가엔 아주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희귀본 도서관 가운데 하나인 이 도서관엔 구텐베르크 성경, 이집트 파피루스, 티베트 필사본 등 67만5000권이 넘는 희귀본 도서가 소장돼있다. 이 도서관이 수집한 초기 필사본만 해도 수백만 권이 넘는다.
유리로 된 회전문을 거쳐 도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건물 한 가운데 우뚝 선 유리 타워다. 사각형 모양을 한 6층짜리 유리 타워엔 고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갈색빛을 띤 이 고서들에 시선을 뺏겨 한참 넋을 놓고 있다 보면 그제야 2층으로 올라가는 양쪽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이 도서관에서 가장 오래된 책인 구텐베르크 성경을 비롯한 주요 희귀본 도서를 만날 수 있다. 고서에 밴 갈색빛 내음을 그대로 간직한 이 도서관은 오늘 지식의 주인공인 '바이네케 도서관(Beinecke Rare Book and Manuscript Library)'이다.
◆ 19세기 중반부터 고서 수집 시작한 바이네케 도서관..한국 고서도 44종 소장=1849년 중국 고서 구입을 첫걸음으로 본격적인 고서 수집에 나선 바이네케 도서관이 국내 언론에 등장한 건 한국 고서 44종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영원)는 지난 3일, 고종이 신하와 백성들에게 '천주교를 배척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내린 '은사척사윤음(恩賜斥邪綸音)'과 조선 태조부터 영조까지 역대 선왕의 치적을 적은 '갱장록(羹墻綠)', 개화기 지리서인 '여재촬요(與載撮要)' 등 한국 고서 44종을 바이네케 도서관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네케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 고서엔 국외 소재 문화재에선 잘 발견되지 않는 왕실 관련 도서가 12종이나 포함돼 있었다. ▶본지 8월4일자 22면 기사 참고
바이네케 도서관은 미국에서 단 한 번도 수집된 적이 없었던 비유럽어 도서들을 처음으로 모으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 도서가 주된 수집 목록이었던 초기 바이네케 도서관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1907년 아사카와 칸이치 동아시아 자료 큐레이터가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예일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17~1919년 일본에 머물면서 예일대 동문들을 설득해 이들이 모교 도서관에 중국, 일본 고서들을 기증하도록 도왔다.
한국 고서가 바이네케 도서관에 오게 된 것도 모두 아사카와 칸이치 큐레이터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는 1934년 쿠로이타 카츠미 동경제국대학교 역사학자와 같이 예일일본협의회 장서 350여점을 바이네케 도서관으로 들여왔다. 여기엔 '은사척사윤음' 등 왕실 관련 도서와 필사본 한글소설, 불교 경전, 탁본, 화첩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이 이 자료들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네케 도서관에 소장된 희귀본 자료들. 맨 왼쪽은 1931년에 바이네케 도서관에 들여온 파피루스. 이집트 콥틱어로 돼 있으며, 크기는 210 x 169 mm다. 가운데는 'Tibetan Mirror'로 티베트어로 된 최초의 신문이다. 바이네케 도서관엔 1927년부터 1963까지의 'Tibetan Mirror'가 소장돼 있다. 이 신문은 티베트 독립 운동과 관련해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맨 오른쪽은 켄터키주 지도(1793)로, 영어로 돼 있으며 크기는 대략 17 x 21 cm다. 사진=바이네케 도서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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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네케 도서관 '6 컬렉션' 고서들 꺼내서 읽어볼 수도 있어=바이네케 도서관이 소장한 고서들은 여섯 개 컬렉션으로 분류돼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고서와 초기 필사본 등을 말하는 '일반 고서(초기)'와 17~18세기 역사서 등이 주를 이루는 '일반 고서(근대)',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 작품을 주로 한 '미국 문학', 책과 지도, 필사본, 사진 등으로 꾸려진 '미국 서부', 17~19세기 희귀본 도서와 초판본이 많은 '독일 문학', 앵글로 색슨 시대에서 20세기 사이의 영문학과 역사 필사본 등으로 구성된 '오즈번-영문학과 역사 필사본'이 그것이다.
이들 고서를 직접 읽어보고 싶다면 공공 서비스 데스크(Public Service Desk)에 도서 목록을 요청하면 된다. 층층이 쌓인 유리 타워 속 고서들을 직접 꺼내 읽을 순 없지만 목록을 요청하면 20분 안에 직원이 책을 가져다준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위안이 될 듯 싶다. 도서관 방침에 따라 개인적으로 바이네케 도서관 소장 도서를 빌리는 건 어렵다. 전시를 하기 위해서나 학술 기관에서 교육을 목적으로 책을 대출하려면 적어도 1년 전에는 대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바이네케 도서관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도서관 홈페이지(http://www.library.yale.edu/beinecke)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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