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후 통합' 계획안 확정 일방적 지연..."먹튀 상하이차 전철 밟나" 우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와 쌍용자동차의 '인수후 통합(PMI)' 계획안 확정이 늦어지면서 마힌드라가 '먹튀' 논란을 불렀던 상하이차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쌍용차 및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PMI 계획안을 당초 지난달 말에 확정할 방침이었지만 이를 연기했다. 그 배경에 마힌드라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쌍용차는 다음달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앞서 지난 3월 본계약 인수 당시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은 "수주일 내에 PMI를 확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유일 쌍용차 사장도 "7월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혀 연기 배경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PMI에는 쌍용차의 중장기발전계획이 모두 포함되는 만큼 기업 회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신차개발 및 시장 확대 등이 담기게 된다. 이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향후 사업방향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상하이차 철수 이후 긴 노사분규를 겪은 쌍용차로서는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이 같은 계획이 미뤄지면서 쌍용차 안팎에서는 "마힌드라도 상하이차를 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자동차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차의 본격 개발은 2013년 이후로 미뤄지게 돼 이 같은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전 주인인 상하이차 역시 PMI 확정해 쌍용차 투자를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국내에 단 한푼도 투자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실제로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보인 마힌드라의 행보는 상하이차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난 2005년 3월 초 소진관, 장쯔웨이 당시 상하이차 대표이사가 "PMI 계획을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까지 확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확정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기만 했다. 결국 2009년 한국시장 철수할 때까지 상하이차는 한푼도 쌍용차에 투자하지 않았다.
마힌드라 역시 쌍용차에 투자한 금액은 인수대금 외에 사실상 전무하다. 올해 쌍용차는 2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마힌드라가 아닌 쌍용차에서 자체조달한 금액이다.
이유일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힌드라에 상하이차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투자금액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투입한 5225억원은 이 회사 역사상 최대 투자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쌍용차가 여전히 적자상황인 만큼 선뜻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도 쉽지 않다. 마힌드라는 올 상반기 쌍용차가 지급한 성과급에 대해서도 '너무 많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PMI 확정과 관련해 "영업과 수출, 구매, R&D 등 모든 분야에서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합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은데다 마힌드라 역시 한국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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