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가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승마 시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고 웰빙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스포츠로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 것. 이에 맞추어, 농협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안성팜랜드를 국내 최대 체험형 놀이목장으로 변신시켜 올 10월 개장한다. 공사가 한창인 안성팜랜드를 다녀왔다.
1969년 한독시범목장으로 설립된 농협중앙회 안성목장은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위치하고 있다. 안성목장을 있게 한 것은 故 박정희 대통령.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선진국처럼 우유를 충분히 먹이고 싶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독일 방문 당시 한국 낙농 발전을 선도할 시범목장 건립을 위한 지원을 독일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가 마련한 부지에 독일 정부가 원조한 건물, 기계장비, 소 200여두가 합쳐져 개장한 목장이 '안성목장'이다.
안성목장은 안성팜랜드로 이름을 바꾸며 130Ha(39만평)의 광활한 초지를 활용해 축종별 시범목장, 국내 최초 유기축산목장을 거쳐 현재는 대단위 가축사육목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기계란 1호·유기농우유 1호·유기농한우 1호도 안성팜랜드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승마를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보고 있다.
저렴한 값 말타기 가족고객에 ‘인기’
9월 개장 2주년을 맞는 승마센터에는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이 많다. 안성팜랜드가 최근 경기도 어린이 승마교실, 승마 체험 프로그램 운영, 전 국민 말 타기 운동 등 다양한 승마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들을 끌어 들였기 때문이다. 생활 승마 외에 ‘재활’과 ‘치료’의 목적으로 시범 도입한 장애인들의 재활승마까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승마센터는 서울 근교에서 저렴한 가격에 승마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미 애호가들에게 알려진 장소다. 2만550㎡의 부지에 실내마장과 실외마장, 마사, 클럽하우스 등이 갖춰져 있다. 일반인 대상의 체험승마를 비롯해 마필이론 교육부터 관리 실습까지 회원제로도 운영하고 있고, 넓은 초지 위에서 야외승마도 즐길 수 있다.
지난해에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전국 승마대회에서 안성팜랜드 승마센터에서 교육받은 초등생 어린이가 학생부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전 국민 말 타기 운동 우수 사업장에 지정되면서 일반인과 학생들의 참여가 더 늘어나고 있다. 방문한 날에도 초등학생 단체가 방문해 능숙하게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1만여 명의 고객을 유치한 농협 안성팜랜드 승마센터는 10월 축산테마공원 개장에 맞춰 더욱 다양한 승마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 보완으로 사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체험승마시설과 마필을 추가로 확보해 체험 승마에 더욱 내실화를 기한다는 생각이다.
방문객을 위한 단체체험프로그램과 학생 야영장과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 운영, 외승코스 개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재활 치료 등 승마의 다양한 파급 효과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경기도, 안성시, 평택시가 지원하는 ‘재활승마센터’도 건립 중에 있다.
말 산업, FTA 극복 축산업의 변화 이끈다
남인식 농협 안성팜랜드 장장은 “최근 몇 년간 승마 인구가 크게 늘면서 승마장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FTA 등 축산업의 개방화가 가속화 되는 가운데 축산 농가들의 대체 소득원으로서 이제 승마산업과 승용마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신고된 70여 개의 승마장은 2015년 500여 개소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생활승마 등 레저부문은 물론 재활치료 등 사회복지 부문까지 승마 사업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갈수록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남 장장의 생각이다. 남 장장은 승마산업 이외 ‘말 산업’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FTA가 타결되면 소고기·돼지고기·유제품이 모두 들어오고 낙농가의 피해는 뻔한 현실이다. 소를 키우는 농가는 무거운 세금 때문에 땅을 팔수도 놀릴 수도 없다. 하지만 농협법상 말 두 마리만 키우면 축산업으로 인정을 받고 조합원으로 가입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승용마 생산 세계 1위인 독일의 승마장들은 상당부분 소·돼지를 키우는 목장이었지만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말 생산을 하는 목장으로 변신했고 우리나라도 말 생산 기반이 생기면 좋은 품질의 말을 생산하는 농가나 승마장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말이 소에 비해 30%만 먹고 30%만 싸는 것도 장점이다. 말똥은 간단한 과정만 거치면 바로 비료가 돼 국내 대다수 승마장은 말똥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
남 장장은 “말 산업이 우리나라 농촌 축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승용마는 경주마와 달리 인공수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농협중앙회에는 인공수정만 공부한 박사가 20여 명있다. 또 국내에 1500명의 인공수정사가 있다. 소와 돼지를 통해 갖춰진 기존의 기술력과 인력을 이용하면 능력이 뛰어난 말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 오픈을 앞두고 건립 중인 체험형놀이목장은 국비와 경기도비 등 총 314억원을 들여 안성목장 내 부지에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곳에는 농축산 전시홍보체험관, 도이치 빌리지, 농촌그린스쿨 등이 들어서며 건립 후에는 한우 경진대회와 농축산 기자재 박람회 등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팜랜드 테마시설 중 ‘무무빌리지’에서는 젖소 먹이주기, 송아지 우유 먹이기, 유가공품 만들기 등의 목장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안성목장에서 생산되는 한우와 낙농제품 등을 맛보거나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 타운’과 독일식 하우스 비어, 안성포도 와인바 등도 갖추게 된다.
이코노믹 리뷰 이학명 mr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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