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엔高 저지'..국내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제기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미국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블딥(이중침체)'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전세계 주식시장이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의 충격이 유난히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선방해 왔다는 점,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한국 증시의 부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4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47.79포인트(2.31%) 내린 2018.47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주요 증시는 코스피 보다 선전했다. 수출 비중이 높아 미국 경기에 민감한 대만 증시는 1.65%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0.49% 하락에 머물렀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0.21% 올랐다. 간밤 미국 증시도 9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했다.
앞서 이틀 동안에도 한국 증시의 낙폭은 유독 컸다. 코스피가 4.94% 하락한 사이 일본은 3.32%, 홍콩은 3% 하락에 그쳤다. 중국과 대만은 각각 1.24%, 2.83% 하락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일본 증시가 반등했음에도 국내 주요 지수가 낙폭을 확대한 것은 최근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해 온데 따른 결과로 본다"며 "최근 몇 달 국내 증시가 누려온 부분이 세계 경기 둔화로 연결되면서 이제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외환 시장 개입도 가뜩이나 약해진 투자심리를 뒤흔들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일본 수출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이날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했고 엔·달러 환율은 79엔을 돌파했다. 지난달 21일 이후 최초다. 일본 재무상은 "최근 외환시장은 일방적으로 치우친 엔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지진 피해를 극복하려고 애쓰는 일본 경제나 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 단독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오늘 오후 주식시장의 낙폭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엔화가 추세적 약세로 돌아서기에는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
그는 "오늘 엔화 강세는 일시적이며 정부 개입으로 급격한 엔화 절하를 유도하기란 쉽지 않다"며 "위축된 투자심리로 인해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고 시장이 안정되면 이러한 이슈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일본 정부의 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최근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 코스피 급락은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이 신흥국 경기에 대한 불안으로 확산되면서 화학과 정유주 등이 큰 폭 하락한 영향"이라며 "투자자들이 미국 경기가 단순한 하강이 아닌 더블딥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중국과 같은 이머징 시장에 대한 믿음까지 약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