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 고종이 신하와 백성들에게 내린 '은사척사윤음(恩賜斥邪綸音)'. 사악한 종교인 천주교를 배척하라는 의미에서 '척(斥)'과 '사(邪)', 왕이 백성 등에게 내린 말을 가리켜 '윤음(綸音)'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문서는 '천주교를 배척하라'는 고종의 메시지를 널리 전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왕실 관련 도서이기도 한 '은사척사윤음'이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확인됐다. 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천주교는 본래 하늘과 상제의 명칭이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면서 겉으로 하늘을 존중하고 사리에 어그러지게 행동하였으니 지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능히 식별할 수 있다…나는 형벌 대신에 말로써 그릇된 길에 빠진 것을 건져내어 바른길을 향해 가도록 하니 너희 신하들과 백성들은 기꺼이 따를 것이다.'
1866년부터 시작된 천주교 박해 사건,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고종이 신하와 백성들에게 내린 '병인척사윤음(丙寅斥邪綸音)'의 내용이다. 사악한 종교인 천주교를 배척하라는 의미에서 '척(斥)'과 '사(邪)', 왕이 백성 등에게 내린 말을 가리켜 '윤음(綸音)'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문서는 '천주교를 배척하라'는 고종의 메시지를 널리 전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왕실 관련 도서이기도 한 '병인척사윤음'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또 다른 '척사윤음'이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발견됐다. 1881년 반포된 '은사척사윤음(恩賜斥邪綸音)'이 그것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영원)는 예일대 바이네케 도서관에서 '은사척사윤음' 등 왕실 관련 도서 12종을 비롯해 한국 도서 44종을 확인한 뒤 '미국 예일대학교 도서관 소장 한국 문화재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4일 밝혔다. 예일대에 있는 한국 고서엔 조선 태조부터 영조까지 역대 선왕의 치적을 적은 '갱장록(羹墻綠)', 개화기 지리서인 '여재촬요(與載撮要)', 불설아미타경의 내용을 설명한 '무량수경(無量壽經)' 등 왕실관련도서와 지도, 한글소설, 화첩 등이 포함돼 있다. 국외 소재 문화재 가운데 왕실 관련 도서가 발견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는 데 이번 조사 보고서 발간의 의미가 있다.
오춘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관은 "이번에 예일대에서 확인한 한국 도서들 가운데 국보나 보물급 문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국외 소재 문화재 조사를 하면서 왕실 관련 도서가 발견되는 일이 흔치 않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최근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왔고, 일본에 있는 의궤도 조만간 반환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미국 예일대학교 도서관 소장 한국 문화재 조사 보고서' 발간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말했다.
박대남 당시 미술공예연구실 학예연구관 등 5명으로 꾸려진 조사팀은 2006년 12월 예일대 바이네케도서관을 찾아 그 곳에 소장된 한국 고서들을 직접 확인했으며, 예일대와 저작권 문제 협의 등을 거쳐 이번 보고서를 펴냈다. 예일대 바이네케도서관은 세계적인 희귀본 도서관으로 중세 유럽 장식필사본, 구텐베르크 성경, 이집트의 파피루스 등을 소장하고 있으며 1934년 쿠로이타 카츠미 동경제국대학교 역사학자의 도움으로 '은사척사윤음'을 포함한 한국 고서 44종을 수집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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