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샘표하면 떠오르는 것은 '건강'과 '장수'입니다. 이 같은 이미지에 맞게 차별화에 성공한 '백년동안'을 샘표식품의 대표 브랜드로 키울 것입니다."
서동순 샘표식품 마케팅 이사(46ㆍ사진)는 2일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하며 "거품이 많은 건강식품시장에서 앞으로 '백년동안'은 항상 옆에 있으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진정한 건강식품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샘표식품의 마케팅 부문 이사 자리에 오른 서 이사는 올해로 창립 65주년을 맞은 샘표식품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임원이자 현재 식품업계의 마케팅 부문에서 유일한 여성 책임자이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연구직으로 식품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그는 지난 2008년 마케팅 팀장을 맡은 지 불과 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는 당초 밑바닥에 머물러 있던 흑초음료 '백년동안'을 시장 2위로 끌어올린 공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소비자 연구조사를 하면서 '이렇게 하면 좀 더 효과를 볼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샘표식품에서 이직 제의를 받고 연구 분야 대신 마케팅 업무를 하게 해달라는 조건을 달았죠. 기업마다 소비자들이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실제 적용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죠."
서 이사가 샘표식품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손을 댄 상품이 바로 '백년동안'이었다. 당시 '마시는 흑초'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던 이 제품은 2008년 불과 10억원 정도의 매출, 점유율 3%에 그치며 아예 사업을 접자는 말까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서 이사는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린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과감히 브랜드의 리론칭을 감행했다.
"처음엔 반대도 많았었죠. 뭣도 모르고 일을 벌인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제품이 안 되는 이유 100개보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이유 1개를 찾아서 이를 차별화하는 것에 승부를 걸었죠."
서 이사는 타사 제품이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에 반해 '건강'과 '장수'를 차별화 요인으로 잡고 제품명도 '백년동안'으로 바꿨다. 이 같은 도전은 큰 성공을 거뒀다. 2009년 50억원의 매출에서 지난해 25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현재 4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1위 대상의 '마시는 홍초'를 바짝 뒤쫓고 있다.
서 이사는 이제 '백년동안'을 샘표식품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 초 '백년동안'의 새로운 음료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그는 후배 여성 직장인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식품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 사원으로부터 시작해 임원 자리에까지 오른 여성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성이 더욱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데 일찍 포기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는데 좌절하지 않고 하면 된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되고자 합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