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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둘째 날 밤, 밴드는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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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고,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는 것.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둘째 날 밤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묘한 시간이었다. 낮과 밤 사이의 경계였다. 토요일 밤이었고, 축제의 한 가운데 있는 시간이었다. 바로 그 시간에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과 자우림의 무대는 시작되었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둘째 날 밤, 밴드는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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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Asian Kung-fu Generation) :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의 무대는 소박하다. 보컬인 고토 마사후미는 경쾌한 스텝을 밟지도,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춤도 추지 않았다. 이들의 음악은 시원스럽고, 맛깔스러운 펑크 록이지만 외향만 보면 아직 수줍어하는 소년 같다.


하지만 이들의 무대는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청춘 만화 같았다. 첫 곡 ‘新世紀のラブソング’부터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 팬들이 누구나 추천하는 < Sol-fa > 앨범의 수록곡인 ‘loop-loop’를 거쳐 앨범의 백미인 ‘Re:Re’. 1집의 수록곡인 ‘君という花’까지.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의 음악은 모두가 비슷비슷하지만, 청춘의 땀과 열정을 보여주는 청춘 만화가 늘 비슷한 구도로도 읽을 때마다 감동을 전해주듯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의 무대는 신나는 리듬과 시원스러운 기타 사운드로 젊음과 청춘의 풋풋함을 전해주었다.

사람들은 그래서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이 그다지 적극적으로 호응을 유도하지 않는데도 신나게 즐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음악은 감성 그 자체를 공략하고, 그들의 음악에 공감하는 순간 지산에 모인 청춘들은 하나가 된다. 한국어로 몇 번이나 ‘감사합니다’를 말하고, 심지어 무대 위 앰프에는 태극기까지 걸려 있었던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의 무대는 연인을 잊지 않기 위해 기타를 손에 쥐고 밴드를 만드는 메이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소라닌>의 주제가 ‘Solanin’과 ‘轉がる岩, 君に朝が降る’으로 끝을 맺었다.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은 그렇게 청춘 만화, 혹은 청춘 영화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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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둘째 날 밤, 밴드는 밴드다


자우림 : 김윤아는 ‘나비’를 부르면서 등장할 때부터 무대를 휘저었다. 밤이 시작되고 자우림의 음악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본격적인 주말이 시작되고 사람도, 열기도 늘어난 지산의 둘째 날 밤, 자우림의 무대를 즐기기 위해 빅탑 스테이지로 몰려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빼곡했다. 춤을 추고, 머리를 흔들 공간조차 없었다. 무대 앞 뿐 만 아니라 다른 무대로 향하는 길까지 사람들은 가득 차 있었다.


“조용필과 이문세 밖에 없어요. 8집은요. 밴드로서는 정말 대단한 거에요”. 이선규의 말이었다. 한국의 록 밴드 중 가장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는 자우림의 노래는 누구나 조금씩은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첫 곡 ‘나비’에 이어지는 ‘매직 카펫 라이드’, ‘팬이야’까지 사람들은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땀 냄새를 맡으며 무대를 즐겼다.


하지만 자우림의 매력이 정말로 발휘된 것은 ‘파애’ 때부터였다. 자우림은 본래 ‘매직 카펫 라이드’처럼 신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파애’처럼 우울하고 어두운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등 극단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밴드다. 자우림은 ‘파애’를 시작으로 8집에 수록될 신곡인 ‘EV1’, ‘낙화’까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매직 카펫 라이드’를 부를 때와 ‘파애’를 부를 때의 김윤아는 표정부터가 너무나도 달랐다. 그래서 자우림의 오늘 무대는 무조건 뛰고, 흥분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마지막에 ‘하하하쏭’이나 ‘일탈’처럼 신나는 곡을 부르기는 했지만 오늘 자우림의 무대는 관객을 흥분시키는 무대를 만들기보다는 밴드로서 여러 분위기를 만드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에 가까웠다. 이는 어쩌면 김윤아의 개인 활동을 끝마치고 이제 발매할 8집에서 ‘밴드 자우림’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YB가 윤도현이 아니듯, 이제 8집을 들고 나타날 지산의 자우림 또한 ‘김윤아와 밴드’가 아니라, ‘밴드 자우림’이었다.


사진 제공. CJ E&M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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