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노르웨이 폭탄총격 테러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간) 벨기에는 부르카(이슬람여성의 의복)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효시켰다.
법안은 공공장소에서 니캅이나 부르카를 착용하는 여성에게 최대 7일간 구류와 137유로50센트의 벌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무슬림 여성의 전통 의상인 니캅ㆍ부르카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 유럽 국가는 프랑스에 이어 벨기에가 두 번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무슬림 이민과 이슬람의 열광적 행동에 유럽 문화가 가라앉고 있다는 대중의 염려를 줄이기 위한 유럽 전역의 정치권의 노력의 증거라고 26일 지적했다.
그 동안 유럽에서 부르카 착용은 첨예한 찬반 논쟁의 대상이었다. 지지자들은 테러 방지와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며 금지를 주장한 반면, 반대론자들은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이자 이슬람 문화에 대한 모독이라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관련 법을 시행, 현재까지 100여명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유럽내에서는 프랑스와 벨기에에 이어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 유사한 법률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유럽내에서 보이는 반 이슬람 정서를 사전 봉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FT는 그러나 이같은 정책목표는 부분 달성한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이미 유럽내 반이슬람 우익세력은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벨기에는 인구 1040만 명 가운데 이슬람교도는 64만 명이 살고 있다. 수백 명의 여성이 부르크가를 착용하지만 의회 의석을 갖고 있는 모든 정당들이 착용금지를 찬성하고 있다.최근 표결에서 정당들은 136대1,기권1로 착용금지법을 가결했다.
스위스는 지난2009년 11월 벌인 국민투표에서 회교사원의 뾰족탑을 새로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이사회 멤버였던 틸로 자라친(Thilo Sarrazin)은 독일 정체성이무슬림 이민자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묘사한 베스트 셀러로 격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안젤라 메르켈 독일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중도 우파 정치지도자들은 모두 지난 해 자국내 다문화주의는 실패로 판명났다고 선언했다.
주류 정치인들은 우익의 반 이슬람, 반 이민 메시지가 얼마나 깊이 대중 여론속에 울려퍼지고 있는 지를 잘 알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식자들은 문화다양성을 이해하고 ,이민의 경제적 이점을 알고 있다. 독일 무역협회의 안톤 뵈르너는 “이민은 우리나라의 번영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력이 높지 앟은 유럽인들은 달리 보고 있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이후 뒤따른 것과 같은 경기침체기에 이민자들은 일자리나 복지혜택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로 간주된다.
우익을 돕은 다른 요소는 바로 세계화에 대한 적의다. 세계화는 고용을 잠식하고, 임금을 낮추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같은 적의는 프랑스 국민전선이나 필란드의 진정한핀란드인과 같은 정당의 입지를 굳히도록 했다.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와 외국인 혐오자, 반이슬람주의자들은 벨기에서 스웨덴, 네덜란드,이탈리아,핀란드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의회에 진출해 있다.
프랑스 국민전선은 2007년 선거에서 4.3%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덴만크 인민당은 같은해 선거에서 13.8%의 표를 얻었다. 2008년에는 이탈리아 북부연맹이 8.3%, 오스트리아 자유당이 17.5%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노르웨이 진보당은 2009년 무려 22.9%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네덜란드에서는 인민당이 2010년 선거에서 15.5%의 지지를 얻었다.
스웨덴의 스웨덴 민주당이 2010년 5.7%의 지지를 받았고 핀란드의 진정한 핀란드당은 올해 19.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FT는 “어느 나라에서도 이들은 선거에서 승리하지는 못하지만 각국에서 선거와 의회의 주요 세력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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