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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브로커, 주주에게 또 손 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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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브로커' 진퇴양난 빠진 증권사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최소 자기자본금 기준이 3조원으로 확정되면서 1조원 이상의 자본을 추가 조달해야 하는데 가당키나 합니까. 주주들의 저항이 불보듯 뻔해 포기하려고 합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최소 자기자본금 기준을 3조원으로 최종 확정하자 그간 프라임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를 준비해왔던 증권사들은 '망연자실'에 빠졌다. 현재 프라임브로커 인가 기준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하는 국내 증권사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프라임브로커는 헤지펀드의 설립부터 자금모집, 운용자금대출, 주식매매위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증권사다. JP모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트 등이 글로벌 대표주자다. IB전환이나 미래먹거리 창출이 시급한 국내 증권사 입장에선 프라임브로커야말로 절대 놓칠 수 없는 '단비'로 인식돼왔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는 대우증권(2조8596억원), 삼성증권(2조7945억원), 현대증권(2조6890억원), 우리투자증권(2조6283억원), 한국투자증권(2조4230억원) 순이다. 상위 5개사는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만 그 이하 증권사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한금융투자(1조9288억원), 미래에셋증권(1조8996억원), 대신증권(1조7068억원), 하나대투증권(1조5080억원), 동양종금증권(1조4097억원) 등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모아야 한다.

각 증권사들은 인가기준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 인수합병(M&A) 등의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각오지만 쉽지 않은 데다 헤지펀드 도입시기까지 기준을 맞출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증권산업내 M&A 등을 통한 대형 투자은행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자기자본 3조' 인가조건을 제시했지만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기대감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인가 기준을 상위권 증권사가 증자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프라임브로커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미래에셋증권도 고민에 빠졌다. 고위 임원은 "증자를 위해 기존주주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중소형증권사들은 아예 벽을 만난 모습이다. 그간 '실날같은 희망'을 걸고 헤지펀드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던 내부 태스크포스팀(TFT)은 방향타를 잃은 모양새다.


A증권사 TFT 관계자는 "현재로선 3조원을 맞추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며 "결국 프라임브로커 인가를 받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는 하나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프라임브로커의 일부업무만 수행하고 단계별로 자본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안그래도 상위사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프라임브로커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간의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새로운 수익원이 시급한 증권사 입장에서 프라임브로커의 포기나 뒤늦은 진입은 주도권을 상실하는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선 일부 중소형증권사에 대한 M&A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헤지펀드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던 태스크포스팀(TFT) 모두 힘이 쫙 빠진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손 놓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커야 하는 신용공여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대차거래나 주식담보대출 등은 자본규모가 적어도 할 수 있는 만큼 토탈서비스가 아닌 부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업무가 있는 지 검토중"이라고 아쉬운 속내를 내비쳤다.


대형증권사라고 사정이 나은 것만도 아니다. 자본을 2배 가까이 늘려야 하는 중소형 증권사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증자를 통한 무리한 자본 확충에 나섰다간 주가하락 등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C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프라임브로커 관련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며 "초기단계 확실한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과도한 인가기준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증자를 실시할 경우 증권사 재무상태에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사 독식에 대한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연내 헤지펀드가 시작되더라도 시장에는 소수 대형 플레이어만이 존재할 것"이라며 "헤지펀드는 다양한 형태와 전략이 나와야하는데 큰 플레이어에 의해 안전성 위주로 흐르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규모는 작지만 창의성을 가진 운용사들의 진입이 원천 봉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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