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하반기 경영을 잘 해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식품업체 CEO의 말입니다. 바람 잘 날 없던 상반기가 지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하반기 경영에 올인 해야 할 시기지만 이 CEO의 말처럼 식품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물가'만을 외치고 있는 정부의 퍼런 서슬에 연일 시달리면서 경영에 힘쓰기보다는 눈치 살피기에 더 신경 써야 할 판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구체적인 방안 수립을 미루고 하반기 전략을 매번 수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하반기 전략의 추진이 올스톱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주요 식품업체 대표들을 불러 모아 조찬간담회를 갖고 물가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윤상직 지경부 1차관은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적용 제외 품목에 대한 합리적인 소비자 가격 책정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침 식사를 겸한 잠시 동안의 모임이었지만 식품업체들에 주는 부담은 적지 않습니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지경부 뿐만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 정부 부처에 대표는 물론, 임원들이 수시로 불려 다니면서 정부의 으름장을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러다보니 식품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은 '마이너스' 일색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공정위로부터 수십,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아 타는 속을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한숨만을 내쉴 뿐입니다. 일례로 국내 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의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6.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4%, 당기순이익은 61.2% 줄었습니다.
시행 1년 만에 오픈 프라이스 제도 적용에서 제외된 빙과,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의 제품에 대한 문제도 존재합니다. 이날 이들 4개 품목에 대한 권장 소비자가격의 부활이 내달부터 시행되도록 전격 결정되면서 관련 업체들은 제품 포장 교체에 대한 추가 비용 소요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는 하반기에 '물가 인상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최근 무혐의 결정이 나온 김치업체들의 가격 인상 담합 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무리한 조사'로 업체들이 입는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항변입니다. 물론 업체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은 반성해야 하지만 정부가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오히려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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