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준희의 축구세상]극적인 명승부, 여자축구에 다 있었다

시계아이콘02분 3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한준희의 축구세상]극적인 명승부, 여자축구에 다 있었다 [사진=FIFA홈페이지]
AD


지지난주 칼럼에서 코파 아메리카의 실리 축구 경향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경향은 결승전을 앞둔 지금까지도 줄곧 이어졌다. 살얼음판 토너먼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법칙’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각인시킨 코파 아메리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요즈음 벌어진 축구 경기들 가운데 손에 땀을 쥐는 흥미만점 명승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네 경기가 그러한 승부로서 손색이 없었다. 물론 그 중 하나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코파 아메리카 준준결승이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은 세 차례의 드라마틱한 명승부는 모두 2011 FIFA 여자월드컵에서 터져 나왔다.

우선 독일과 일본의 준준결승. 홈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개최국 독일은 대회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우승후보 1순위였다. 월드컵 본선 15경기 연속무패(14승1무)를 달리고 있던 팀이었고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지닌 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일의 파워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일본의 조직을 무너뜨리는 데에 끝내 실패했고, 오히려 독일은 연장전 108분 사와 호마레의 ‘예의’ 공간 패스에 이은 마루야마 가리나의 골을 얻어맞으며 패퇴하고 만다. 아마도 이 순간은 여자축구 역사의 가장 대표적인 ‘거함의 탈락’ 장면으로 기록될 듯하다.


일본이 세계를 놀라게 한지 하루 만에 이를 능가할 만한 극적인 승부가 펼쳐졌다. 맞닥뜨릴 때마다 종종 명승부를 연출해온 미국과 브라질이 그 주인공들이다. 미국이 자책골로 앞서갔지만 브라질이 페널티킥(좀 더 정확하게는 다시 찬 페널티킥)으로 만회한 후 연장전에 돌입. 연장전 초반 ‘세계 최고의 선수’ 마르타의 감각적인 골(그 이전 상황에서 오프사이드성이 있기는 했다)이 터지면서 브라질의 승세가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 또한 그들의 영웅 애비 웜바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경기 종료가 임박한 122분, 웜바크가 메건 라피노의 크로스를 완벽한 헤딩으로 연결시켰고 이는 여자월드컵의 역사에서 ‘가장 늦은 시간에 터진 골’이었다. 65분 레이첼 뷸러의 퇴장 이후 10명으로 싸워온 미국은 결국 승부차기에서 브라질을 꺾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눈물을 흘린 마르타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여자 메시’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미국와 일본이 맞붙은 결승전은 명승부 시리즈의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피날레였다. 우선 두 팀의 결승 진출부터가 얘기 거리를 낳았다. 사실 두 팀의 결승 격돌 확률은 대회 초반만 해도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었는데, 미국은 우승후보임에는 틀림이 없었으나 지난해 골드컵에서 사상 처음 멕시코에 패하는 등 10여 년 전과 같은 난공불락의 팀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은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해 나아가며 ‘미아 햄 세대’와는 다소간 다른 유형의 짜릿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햄 세대의 막내 동생이었던 웜바크와 호프 솔로가 바야흐로 알렉스 모건과 같은 자신들의 막내와 더불어 새로운 전설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이었다.


물론 일본의 결승 진출은 그보다 더 놀라웠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독일을 물리친 일본은 준결승전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확연한 우위를 드러내면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스웨덴에 대한 압도는 독일 전에서의 승리가 ‘한 차례 이변’이 아님을 입증한 것에 다름없었고 심지어 ‘바르셀로나 스타일’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신체 조건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한 압박,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빠른 움직임과 정확한 패스의 반복이 마치 바르셀로나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던 까닭이다.


결승전은 미국의 주도로 시작됐다. 하지만 미국은 왕성하게 몰아치던 흐름에서 반드시 골을 넣었어야 했다. 미국보다 더 파워풀한 독일을 상대로도 잘 버텨낸 일본이 미국의 체력이 떨어지는 흐름을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까닭이다. 미국은 공격의 빈도에 비해 공격수들 간의 유기적인 호흡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우승을 눈앞에 두고서 선수들 개개인의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미국에겐 젊고 빠른 알렉스 모건의 임팩트가 있었다. 로렌 체니의 부상으로 평소보다 일찍 투입된 모건이 자신에게 주어진 찬스를 놓치지 않으면서 미국은 80분까지 1-0의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미국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들의 수비였다. 공격에 비해 수비가 다소 불안해 보였던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말을 한 것이다. 일본이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며 조직적인 공격을 개시하자 미국의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81분 수비진의 혼돈 속에 미야마 아야의 동점골이 터져 나왔다. 연장전 웜바크의 골로 다시금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미국의 수비에 2% 아쉬운 점이 발생한다. 종료를 몇 분 남기지 않은 시점, 일본의 코너킥 상황에서 사와 호마레의 빠른 움직임을 잡지 못한 것. 미국은 신체조건 작은 일본이 코너킥을 짧게 보내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야 했다. 반면, 그것은 세계 여자축구 역사를 통틀어 손꼽힐만한 플레이메이커(헤게 리세, 베티나 비그만, 레나테 링고어, 솔베이그 굴브란슨 등과 더불어)인 사와가 다섯 번째 출전한 월드컵에서 그간의 노고를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승부차기는 미국에겐 악몽이었다. 선수들이 긴장하고 잘못 찬 탓도 있지만, 브라질 전에서 키커들의 스타일이 노출된 것 또한 미국에게 좋지 않게 작용했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일본은 다방면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었고 이 명승부를 끝내 승리로 이끌면서 월드컵을 들어 올렸다.

[한준희의 축구세상]극적인 명승부, 여자축구에 다 있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