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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의 축구세상] 한국형 승강제를 위한 ‘인터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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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의 축구세상] 한국형 승강제를 위한 ‘인터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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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제는 ‘전가의 보도’ 혹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승강제는 승부조작이라는 범죄를 완벽하게 해결, 예방해줄 수 없다. 만약 승강제가 그러한 기능을 담고 있다면 승강제가 존재하는 지구촌 많은 리그들이 승부조작과 관련해 홍역을 겪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승강제를 첫머리로 하는 프로축구연맹의 쇄신안에 불만의 소리들이 나오는 것에도 얼마간 일리가 있다. 사실상 이 땅에 승부조작과 같은 것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축구계 전체는 승강제와는 별도로 틀림없이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각종 경기들에 대한 관리 감독 및 선수 지도의 강화, 불건전 관행들의 일소, 각종 비리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제재 등에 있어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경주해 나아가야만 하는 축구계이다.

물론 관련부처 및 사정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스포츠토토 운영의 엄격한 관리 감독, 불법 베팅 및 조직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요망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증대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어린 선수들의 인성 교육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부처 간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승강제가 더 나은 프로축구를 위한 초석과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 또한 불변이다. 문제 많은 프로축구판의 구조를 바꿔나감에 있어 중심적 개념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승강제인 까닭이다. 예를 들어 연맹 발표의 다른 내용들인 드래프트제, 리그컵의 변경은 사실상 승강제 도입의 귀결로서 자연스레 논의될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다. ‘자유 경쟁’을 함축하는 승강제 하에서 전면적인 드래프트란 근본적으로 적합해 보이지 않으며, 리그컵은 1,2부 프로팀들이 모두 참여하는 확대된 토너먼트로서 시행 가능해지는 까닭이다. 그만큼 승강제는 프로축구 ‘새 판 짜기’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따라서 프로연맹과 축구계는 승강제가 이전과 같이 공허한 결말을 낳지 않게끔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2부리그로 들어올 새로운 프로팀들을 구축하는 일, 우리에게 가장 합리적인 승강제 방식을 찾아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자체로 쉬운 일들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지난해 9월1일 한국방송 홈페이지 <이광용의 옐로우카드>, 연말의 <승강제 구축을 위한 공청회> 등의 장소를 통해 개진했던 한 가지 방식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것은 1부리그 팀들과 2부리그 팀들 간 이른바 ‘인터리그’를 두는 운영 방식이다. 양대 리그 스타일로 운영되는 종목들에서 볼 법한 인터리그를 축구에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일견 이상하게 들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바로 그 ‘양대 리그’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적어도 한시적으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승강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1부리그를 모두가 뛰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리그로 만드는 것”과 더불어 “프로팀이 뛸 만한 2부리그를 구축하는 것”이 요망된다. 2부로 가는 팀들이 차례차례 문을 닫는 수준의 2부리그라면 승강제는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승강제 하의 2부리그는 실업팀들로 구성된 현재의 내셔널리그보다는 나은 리그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기존의 프로팀 몇이 내려간다고 해서 사정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결국 2부리그가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지 않게끔 지탱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장치로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인터리그다.


운영 방식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예를 들어 1부리그 12팀, 2부리그 8팀이 있다고 하자. 1부리그 12팀은 홈 앤드 어웨이 22라운드에다 2부리그 팀들과의 8라운드가 추가된 30라운드를 치르게 될 것이다. 단 1,2부 간 인터리그 경기들은 가급적 시즌 후반에는 배정하지 않도록 하는데, 시즌 뒤쪽으로 갈수록 같은 리그 팀들끼리만 싸우는 것이 합당해 보이는 까닭이다. 여러 가지 세부적인 아이디어들도 추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부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무승부를 거둔 2부리그 팀에겐 승점을 3점, 1점보다 더 많이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인터리그 경기에 임하는 2부리그 팀의 목표의식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이 방식은 “따로 또 같이”라는 컨셉으로부터 출발한다. 1부와 2부를 나누어 승강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1부와 2부 전체를 ‘한 묶음의 양대 프로리그’로서 보이게끔 하는 것이 인터리그 아이디어의 요체다. 2부리그와 1부리그의 접촉 면적을 최대한 넓힘으로써 2부리그가 모두의 무관심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한다. 또한 프로축구가 1부리그 12팀만이 아닌 20개의 프로팀으로써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프로리그의 외연이 지금보다 확장되는 것이다.


물론 인터리그를 영원히 시행하자는 것은 아니다. 1,2부리그의 내실이 성공적으로 다져지는 그 날이 오면 이것은 곧바로 폐기되어도 좋다. 인터리그는 한국형 승강제를 위한 한시적인 방안일 뿐이다.


어쩌면 이것은 하나의 어설픈 제안에 불과할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다른 문제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모쪼록 연맹이 우리의 실정에 가장 적합하고 합리적인 승강제의 방식을 하루속히 찾아내기를 기원한다.


[한준희의 축구세상] 한국형 승강제를 위한 ‘인터리그’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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