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참 글로벌한 스포츠다. 지구촌 전체를 망라해 이렇게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렵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각종 축구 대회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 마디로 정신이 없을 정도다. 세계, 대륙, 협회, 리그, 연령, 성별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표 팀 경기, 클럽 경기들이 펼쳐진다.
6월25일 막을 내린 북중미 골드컵에서는 멕시코가 다른 참가국들에 한 수 앞선 화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 안드레스 과르다도, 파블로 바레라로 구성되는 공격 라인의 재능이 한동안 만만치 않을 멕시코임에 틀림이 없다.
그보다 앞선 22일에는 남미 클럽의 정상을 가리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 2차전이 벌어졌고 브라질의 산토스가 ‘펠레의 시대’인 1963년 이래 처음으로 왕좌에 올랐다. 산토스의 이번 우승은 특히 우루과이의 페냐롤을 상대로 한 승리였기에 그 의미가 더욱 각별했는데, 산토스와 페냐롤의 만남 자체가 남미 축구의 클래식 중의 클래식인 까닭이다. 남미의 명문 클럽들이 유럽을 상대로도 힘을 과시하던 시절, 페냐롤과 산토스는 최강의 자리를 놓고 전설적인 접전을 펼쳤던 바 있다. 당시의 승자도 산토스. 산토스의 고토 회복을 견인한 네이마르에게 펠레 수준의 기대감이 쏟아지는 데에는 이러한 역사도 한 몫 한다.
유럽에서는 21세 이하 유럽선수권에서 스페인이 정상에 등극, 각종 대회에서의 스페인 시대를 이어갔다. 말이 21세 이하이지 후안 마타, 하비 마르티네스, 티아고 알칸타라, 아드리안 로페스, 안데르 에레라, 디다크 빌라, 다비드 데 헤아 등으로 구성된 스페인은 여타의 팀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경험과 재능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지금의 스페인이 ‘자원의 보고’임을 다시금 입증한 대회였다.
우리가 빠져있어 아쉬움이 남는 세계 대회들도 진행형에 있다. 멕시코에서 치러지고 있는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대표들인 일본과 우즈베키스탄이 현재 8강까지 올라있는 상태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여섯 번째 여자 월드컵이 진행 중에 있다. 이번 대회는 우선 흥행과 관심도 면에서 미아 햄, 미셸 에이커스, 쑨웬, 베티나 비그만, 시시, 헤게 리세 등이 망라됐던 1999년 대회 이후 최고의 월드컵으로 기록될 법하다. 3연패를 노리는 홈팀 독일, 전통 강호 미국, 마르타의 브라질이 삼두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팀들 간 전력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추세여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최근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올림피크 리옹의 선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프랑스야말로 대표적인 다크호스다. 또한 이번 대회는 세계 여자 축구사의 두 전설 비르기트 프린츠와 마르타가 경합하는 최후의 월드컵이 될 것이다. 오는 9월 대한민국의 여자 선수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올림픽 예선을 통해 훌훌 털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현지 시각 7월 1일 아르헨티나에서 개막될 43번째 코파 아메리카에 몰리는 세계의 관심 또한 벌써부터 뜨거운 상태다. 리오넬 메시를 위시해 초호화 공격진으로 무장한 아르헨티나가 우승에 대한 홈팬들의 열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 하지만 팀 전체의 조직적 압박과 수비력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나타나느냐가 아르헨티나의 최대 변수다. 또한 에베르 바네가가 원활한 볼 배급으로써 공격수들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으며, 홈이기에 오히려 갖게 되는 부담감도 털어내야만 한다. 일단 가장 높은 순위의 우승후보임에는 틀림없지만 위험성도 안고 있는 아르헨티나다.
최근 다섯 차례 코파 아메리카에서 네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최강의 멤버를 꾸리지 않는 경우에도 우승하곤 했다)은 숙적 아르헨티나를 울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든든해 보이는 수비 라인에다 네이마르, 파투, 호비뉴, 간수 등을 앞세우게 될 공격진의 재능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마누 메네제스 감독의 축구가 아직 확실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젯거리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네덜란드와 같은 강팀들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해왔다는 점도 메네제스에겐 작지 않은 부담. 선수들의 마인드 컨트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나 경험과 완성도 면에서 충분치 않을 수도 있는 브라질이다.
양대 우승후보의 약점을 파고들 법한 도전 세력의 대표는 역시 우루과이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견고한 수비력에다 각각의 클럽에서 최고조의 경기력을 과시해온 에딘손 카바니, 루이스 수아레스의 존재는 다른 모든 팀들을 위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만 변수는 이들을 뒷받침해야 할 디에고 포를란의 경기력에 의구심이 존재한다는 것. 포를란의 부진할 경우 우루과이의 공격 창조성은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물론 이 밖에도 알렉시스 산체스, 움베르토 수아소의 칠레, 루카스 바리오스, 넬손 발데스의 파라과이, 팔카오, 프레디 구아린의 콜롬비아, 안토니오 발렌시아, 펠리페 카이세도의 에콰도르 또한 호시탐탐 상위권 진입을 노릴 후보들이다.
한 준 희 (KBS 축구해설위원 / 아주대 겸임교수)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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