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미스 리플리>가 종영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9일 <미스 리플리>는 전국 시청률 15.4%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인 16.5%는 넘지 못했지만 15%를 기록한 SBS <무사 백동수>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 날 방송에서는 히라야마(김정태)와 문희주(강혜정)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장미리(이다해)를 찾아가 회복을 빌고 깨어난 장미리는 친어머니 이화(최명길)를 용서한 장면이 나왔다. 감옥에서 1년을 보낸 후 자신이 지냈던 고아원으로 돌아간 장미리는 송유현(박유천)과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장명훈(김승우) 또한 시골에서 노인들을 돌보며 지내게 됐다. 결국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결말로 끝이 난 셈이다.
갑자기 모든 걸 용서한 장미리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억지스럽고 황당하지만 어쩌면 이게 <미스 리플리>로서는 최상의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미스 리플리>는 그럴듯한 결말을 낼 수 없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주인공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설명하지 못한 채, 책임지지 못할 수많은 거짓말을 반복하면서도 끊임없이 운명만 탓하는 장미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주변 남자에게 기대며 임시방편으로 거짓말을 보태던 장미리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을 하려 하면 자신의 상처를 감싸주지 못하는 냉혈한으로 취급하며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폐쇄적으로 자신을 가둔 장미리가 변화하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기엔 남은 방송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만약 장미리가 송유현과 사랑을 이어가거나 혹은 아무도 용서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 못했다면 운명을 저주하며 억울해 할 장미리의 모습만 계속됐을 것이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뻔한 결말이 최상의 결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야말로 <미스 리플리>의 진짜 씁쓸한 결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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