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기수문화가 악습이 아닌 아름다운 전통으로 거듭나야 한다"(해병 1사단 신헌진 상병) "군대에서 기수가 필요하지만 교육을 빙자한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공군 홍원영 병장)
해병대의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린 18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2사단 '필승관'. 토론회에 참석한 장병들은 기수 문화 등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일부 장병은 준비된 원고를 읽기도 했다. 모처럼 군대내 병영문화의 맨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기자의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니, 장병들이 준비된 원고를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장병들이 현역복무기간중 한번 볼 수 있을까 하는 국방부장관, 해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별들이 다수 앉아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장병들은 기자들이 오면 어려워할 수 있다", "토론회자리가 좁다"며 취재를 제한하기까지 했다. 결국 일부매체만 취재할 수 있었고, 장병들의 발언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해 방송카메라를 꺼야만 했다.
이날 토론회시간 총 1시간 30분 중 주제별 토론회는 55분 정도였다. 모두 22명이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한사람당 2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나머지는 토론전후로 군 지휘부들의 강평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토론회 마지막 부분에서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강평을 통해 "전문가들이 오셨지만 말씀을 못하신 분도 계신다"고까지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부대 장병들이 허심탄회하게 문제점을 드러내고 대안을 마련하는 토론회라기 보다는 마치 국방부장관에게 보여주기 위해 잘 연출된 브리핑 같았다. 해병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해 잘못을 고쳐나가는 병영문화 개선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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