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김영주(이준혁)는 이윤성(이민호)이 시티헌터라는 걸 안다. 이윤성은 증거를 내놓으라며 발뺌하고, 배식중(김상호)에게 재산을 맡긴다. 김나나(박민영)에게는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자신을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이진표(김상중)는 마지막 목표에 이르기 위해 스티브 리라는 가명으로 천재만(최정우)에게 접근한다. 의료 민영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재만은 산재 인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한편, 스티브 리의 정체에 한 발 다가간다.
오늘의 대사 : “널 놓을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네가 먼저 날 놔줘” - 이윤성
<시티헌터>는 결국 우유부단한 러브스토리다. 이윤성은 일하는 데 있어선 맺고 끊는 게 확실하지만 사랑에 있어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다가섰다가 도망가는 걸 반복해왔다. 이윤성의 현재에는 행복한 미래의 꿈이 없다. 그는 김나나에게 고백한다. 좋아한다고. 인정한다. 놓을 자신이 없다고. 그래서 부탁한다. 먼저 놓아달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부탁”이라지만 역설적으로는 선언에 가깝다. “내가 널 먼저 찾아도 날 받아주지 마(내가 널 먼저 찾게 될 것 같아). 우연히 마주쳐도 네가 먼저 날 모른 척해(널 잊을 순 없을걸). 네가 날 끊는 거야(우린 헤어질 수 없다니까). 미안해, 날 알게 해서, 널 흔들어 놓아서(널 만난 건 행운이었어, 나 제대로 흔들렸거든).” 선언은 불을 끄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을 한다. 추억에 되새기기 위해 나섰다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사람. 윤성의 선언은 다시 이어진다. “넌 나에게 후회하고 자책하고 원망하게 만드는 존재야. 기억하기 싫은 악몽 같다구. 날 몰랐던 시간으로 돌아가서 나보다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 속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가학과 피학이 과하면 철부지처럼 보일 수도 있다.
Best & Worst
Best : <시티헌터>의 기본 틀은 권력을 남용하는 악당을 더 큰 힘을 지닌 영웅이 혼내준다는 수퍼히어로 장르다. 이 드라마가 묘한 쾌감을 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수퍼히어로 장르가 현재 한국의 사회 이슈와 맞물릴 때 효과는 극대화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가 거의 생방송으로 촬영되는 덕에 가능한 일이다. 14일 방송된 16부에서 천재만은 산재 인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농성을 진압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 작가의 의도가 어떤 것이건 <시티헌터>는 이를 최근의 두 기업 관련 이슈와 곧바로 연결시킨다. 백혈병 산재 인정 문제와 폭력적인 농성 진압. 묘사의 방식은 투박하지만 비판은 날카롭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 폭력을 동원한 노동자 탄압 그리고 대기업에 끌려다니는 정부. 천재만은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들에게 왜 돈을 씁니까. 근로자 복지요, 100원짜리 하나도 아까워요. 저 역시 돈만 보는 장사칩니다.” 현실의 천재만을 혼내줄 시티헌터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Worst: <시티헌터>가 스파이 액션 장르를 차용함에도 불구하고 세부 묘사가 치밀하고 정교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윤성이 어딘가에 잠입해 정보를 빼내오는 과정은 매번 너무 쉽게 그려진다. 아버지와 형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인 김상국(정준)은 이진표의 복수 방식에 불만을 품고 이윤성에게 기밀문서의 소재를 알려준다. 이진표와 이윤성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였지만 복수의 방법론에 대한 이견으로 갈라선 사이. 그러나 이윤성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진표의 금고에 접근한다. 이진표는 국정원의 기밀문서를 왜 이처럼 허술하게 보관하는 걸까. 덕분에 천재만의 수하는 식은 죽 먹기라는 듯 기밀문서를 빼돌려 천재만에게 바친다. 시간에 쫓겨 촬영하고 방송해야 하는 시스템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조금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이윤성 씨, 그 어떤 분도 좀 혼내주시면 안 될까요.
- 김상국 씨, 시간 끌겠다고 자동차 점화플러그를 그렇게 티 나게 빼놓으시면 어떡해요.
- 김나나 씨, 이젠 그러려니 하세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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