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국장들 한자리에 모인 까닭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2일 오후 2시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14층 대회의실. 본청과 서울청을 포함한 전국 6개 지방청에 포진한 조사분야 핵심 간부 40여명이 회의실을 메웠다. 임환수 본청 조사국장과 김영기 서울청 조사1국장을 필두로 나동균 조사3국장, 하종화 조사4국장 등 내노라하는 조사국 베테랑들의 얼굴이 보였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현동 국세청장이 미리 준비해 둔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이 청장은 굳은 얼굴로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일부 공무원의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행태는 그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국세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석한 간부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돌며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 청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공직사회의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최근의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조사분야 관리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장장 네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 후, 한 간부는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고 말했다.
전국 조사국장 회의는 매년 수차례 열려왔지만, 국세청장이 회의를 주재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최근 국세청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날 회의를 통해 국세청은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탈세개연성이 높은 고액자산가와 중견기업 사주를 중심으로 주식, 부동산 등 전체 재산의 변동내역을 통합 분석해 성실납세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또 변칙 상속ㆍ증여 협의자에 대해서는 관련기업까지 동시조사를 실시하는 등 철저히 과세하기로 했다. 이에앞서 올 상반기엔 부당증여를 통해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준 중견기업 사주 등 204명을 조사해 4595억원을 추징했다.
대기업에 대한 성실신고 검증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납세인식 전환과 함께 성실납세가 다른 납세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와 세수비중이 크다고 감안해 대기업에 대한 세무검증을 통해 성실신고를 적극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및 하도급업체를 통한 탈세와 사주일가의 기업자금 불법유출 혐의 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탈루혐의가 상당한 경우에는 금융거래확인, 거래처 동시조사 등을 통해 조사할 계획이다.
또 국세청은 일부 부유층들이 해외의 과세 사각지대를 찾아 자금을 유출하고 있다고 판단, 하반기에도 상반기에 이어 역외탈세 차단에 조사역량을 집중하고 전략적인 조사방안을 강구해 해외은닉소득과 재산을 끝까지 추적ㆍ과세하기로 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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